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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은숙의 열린소리] 상추 이파리 하나 버리지 못하는 사람

기사승인 2020.06.22  18: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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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게 그을린 농민의 주름진 얼굴은 자랑스러운 훈장

옥은숙 경남도의원(거제3, 농해양수산위원회)

필자가 정치인이 되기 전에는 오랜 세월 동안 시민사회운동단체의 언저리에서 잔심부름을 했다.
환경 관련 단체나 사회혁신 운동에도 간여했지만 주로 교육운동 쪽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도정활동을 하는 동안 지인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분들 중 우리 지역의 모 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근무하는 분이 한 분 계신다.
지역이나 동문회, 학부모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는 분인데 나에게는 좀 더 특별한 동지로 기억된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으며 대학을 마치자 경남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그 후 초임지인 거제도에서 뿌리를 내렸다.
제주도에 본가와 처가가 있으므로 방학 때마다 비행기를 타고 섬에서 섬으로 왕래한다.
그분은 유년기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집안의 농사일을 도맡아 했는데 자영농이 아니라 소작농이었다고 말했다. 하긴 학교 내의 텃밭을 가꾸고 있으니 지금도 소작농인 것은 마찬가지다.

필자는 ‘텃밭효과’라는 나만의 용어를 자주 쓴다.
아무런 경제적 이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도시민이든 농어촌 주민이든 텃밭에서 작은 농사를 짓는다.
5만 원의 모종값과 퇴비 값으로 2만 원어치의 상추와 고추를 수확하는 식이다.

차라리 사 먹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지만, 해마다 텃밭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자족률을 높이는 애국자이며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알리는 전도사이기도 하다.

통계가 없어서 정확한 기여도를 알 수는 없지만, 작은 자투리땅에 채소를 심는 영농작업 자체의 가치는 크고 장대하다.

농어업은 생명 산업이다. 아무리 ICT 산업이 발전하고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손 치더라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것도 한두 끼 먹어서 될 일이 아니라 평생을 먹어야 산다.
지금처럼 농어업을 경제적 논리로 해석하고 처방을 내리다 보면 1차산업은 급속도로 쇠퇴하게 되어 있다.
결국, 국가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올 것인데, 식량 무기화가 현실화되면 속수무책으로 식량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언제든지 국제교역의 길이 막힐 수도 있다.

텃밭에서 고추와 상추를 심는 사람은 식량 자급자족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검게 그을린 농민의 주름진 얼굴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훈장이다.

서두에 언급한 그 교장 선생님은 교육자이자 농부이다.
학교의 텃밭을 아이들의 농업체험장으로 활용하고 틈틈이 직접 키우고 가꾼다.

“싹이 터서 자라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기다림과 생명의 존엄성을 배우고, 자연의 가치를 저절로 깨닫는다”라고 말하는 그분은 텃밭을 정리하면서 나온 상추 이파리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

싱싱하고 토실한 놈들은 아이들과 교직원들 몫이고, 버리는 허드레 채소는 모두 교장 선생님이 챙겨 가서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다.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에 소속된 필자는, 그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농업의 가치를 배우고 만날 때마다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시사코리아저널 webmaster@koreajn.co.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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