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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방음벽, '새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기사승인 2021.03.04  1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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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의창구 동읍~봉강 국지도 30호선 건설 현장, 새들의 처참한 광경

투명방음벽에 유리에 부딪혀 죽어있는 개똥지빠귀. /사진제공=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모든 생명은 귀하고 존중 받아야 한다" 

[시사코리아저널=정종민 선임기자] 지난 2일 오후 4시50분, 주민의 제보를 받고 찾아간 창원 의창구 동읍~봉강 국지도 30호선 건설 현장.
다른 구간은 아직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 구간은 완공 후 개통 직전으로 도로 아래에 위치한 마을 주민들의 소음을 예방하기 위해 투명방음벽이 설치돼 있었다.

투명방음벽이 설치된 도로에는 방음벽에 부딪혀 발목이 꺾인 채 죽어있는 개똥지빠귀와 죽은 뒤 뼈와 날개만 남아 있거나 한쪽 다리만 남아 있는 모습, 부딪힌 후 내장과 살점이 그대로 붙어 있는 너무도 처참한 광경과 투명방음벽 곳곳에 새가 부딪히면서 남긴 상흔이 그대로 있었다.

또한 도로 밖 경사면 위에는 새매(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개똥지빠귀의 사체와 죽은 뒤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된 꿩과 멧비둘기 등의 흔적이 24군데나 확인할 수 있었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 화양리 1158 일대 동읍~봉강 국지도 30호선 건설 현장에 투명 방음벽(원내)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제공=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이 도로가 개설되는 구간은 대부분 산을 깎은 후 진행됐기 빼문에 야생동물들이 당연히 피해를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공사 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공사를 진행하기 전에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와 사전검토 과정에서 당연히 세웠어야 할 대책을 세우지 않고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구간의 투명방음벽 공사는 지난해 11월말 경에 완공됐다.
수십 마리의 새들이 죽고 난 다음에 그것도 누군가 문제를 제기해야만 움직이는 행정과 건설사의 행태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투명방음막에 부딪혀 도로에 떨어져 있는 개똥지빠귀 사체. /사진제공=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 고승하·설미정·임종만·정문찬) 측이 당일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시급한 조치를 요구하자, 건설행정 측과 건설사는 "조류충돌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3월 안으로는 해결하겠다"는 피동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처럼 안일한 태도에 재차 요구를 하자 "이번 주 안으로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도로공사를 하기 전 이곳은 산으로 둘러싸인 수많은 야생생물들의 터전으로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곳이다"면서 "이곳에 공사를 해서 그들의 터전을 빼앗게 되면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았을 것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공사를 진행한 관할기관 감독과 건설사는 지금 이 순간도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투명방음벽에 부딪혀 죽어있는 새매(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사체. /사진제공=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3일은 ‘세계 야생 동식물의날’이다.
야생 동식물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날로,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야생 동식물 보호를 위해 멸종위험이 높은 동 · 식물 분포와 서식현황 등이 수록되어 있는 ‘적색자료집’을 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부터 환경부에서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적색자료집’을 발행해 야생 동 · 식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지구의날’, ‘환경의날’ 등 많은 날들을 정해 지구와 환경, 그 속에 살아가는 생물들을 지키고 보전하면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자고 외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들은 한편에 쌓여 있는 책으로만, 행사용 구호로 박제된 듯 존재할 뿐,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환경 및 생태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명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의 한쪽 다리. /사진제공=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환경부는 2019년 5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의 규정에 의거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규정에는 야생조류의 투명창 충돌에 의한 폐사를 줄이기 위해 투명방음벽과 건축물 등의 설계 및 관리 시 설계사, 행정기관 등 관련기관, 건축주, 일반국민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저감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권고사항으로만 남아 있다.
이에 대해 법은 아직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은 항상 너무 멀리 있고, 법이 마련될 때까지는 수많은 희생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 개정의 필요성은 이미 수치로 입증됐다.
환경부는 국내 건축물과 투명 방음벽 수, 죽은 새의 수를 종합해 연간 조류 800만 마리가 투명벽 등에 부딪혀 죽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투명방음벽에 부딪혀 발목이 꺾인 채 죽어있는 개똥지빠귀. /사진제공=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관련 법 개정은 여러 차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 강은미 의원이 조류충돌 방지 대책을 담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방지’ 조항을 신설했다.
야생동물의 부상과 폐사가 최소화 되도록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소관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고승하 공동의장은 "이번 만큼은 이 법안이 꼭 통과돼 인간으로 인해 삶의 터전과 목숨을 잃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희생이 더 이상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종민 기자 korea21ci@hanmail.net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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