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성 충수염, 장 천공, 복막염 등 중증 응급복부질환 환자에게 24시간 내내 수술 가능한 체계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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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맑은샘병원 전경 |
거제서 이제 “오늘 이 병원에 수술할 의사가 계신가요?” 질문 필요 없어
막대한 인건비와 법적 리스크 동반하지만 거제 시민 생명 지키는 결단
[시사코리아저널=정종민 선임기자] 거제 맑은샘병원이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응급복부수술 지원 시범사업’의 시범병원으로 선정됐다.
이는 단순한 병원 지정이 아니라, 지역의 중증 응급환자 생명을 지키는 구조적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이번 시범사업은 급성 충수염, 장 천공, 복막염 등 중증 응급복부질환 환자에게 24시간 내내 수술 가능한 체계를 갖춘 병원을 지정해 병원 운영 부담을 일부 완화하고자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단순히 지원금이 있다고 해서 아무 병원이나 이 체계를 가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야간, 휴일을 포함해 365일 수술 가능한 외과·마취통증의학과·응급의학과의 협진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병원 입장에서 막대한 인건비와 법적 리스크를 동반한다.
실제로 전국에서도 단 15개 병원만이 시범사업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그 어려움을 방증한다.
맑은샘병원이 이러한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이번 사업에 참여한 이유는 분명하다. 거제에는 생명을 살릴 병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50대 남성 한 명이 복부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갔지만, 거제 내 병원들에서 수술이 어려워 10곳 이상 이송을 거절당한 끝에, 결국 부산까지 이송 후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한 안타까운 사례가 보도된 바 있다.
이 환자는 급성 복막염이었고,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였다.
이처럼 거제는 응급수술 인프라가 부족해 중증 복부질환자들이 평균 1~2시간 이상 타지역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특히 야간이나 주말, 명절 기간에는 수술 가능한 외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이송 지연과 치료 공백이 생기며, 환자와 가족 모두가 극도의 불안 속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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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맑은샘병원, 보건복지부 ‘응급복부수술 지원 시범사업’ 병원으로 선정 이미지 |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맑은샘병원은 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응급의학과가 협력하는 상시 수술체계를 가동하게 된다.
시민은 더 이상 “오늘 이 병원에 수술할 의사가 계신가요?”라는 질문을 하지 않아도 수술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맑은샘병원 관계자는 “이 체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병원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따르지만, 누군가는 이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이제 거제 시민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거제 안에서 생명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정은 단순한 제도 참여가 아니라, 지역 병원이 공공의료의 무게를 감당하며 시민 생명을 지키는 진심 어린 결단의 결과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의미를 공감하고, 함께 지지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거제는 전국에서 가장 생명 친화적인 도시 중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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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기자 korea21c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