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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석 칼럼] 기후변화, 빈대를 부르다

기사승인 2023.11.10  16: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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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 빈대보다 더 무서운 질병 매개 곤충을 주목하자

이용석 /기후변화매개체감시거점센터 협의체 회장

(사)한국곤충학회 수석부회장

순천향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최근 빈대 이야기가 각종 매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특히 지하철에서 발견된 이야기는 일반인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우선 빈대는 매우 무서워 보인다. 피를 빨아먹는 흡혈 곤충이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필자도 과거 어린 시절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왜 그런 이야기가 있었을까? 

우선 흡혈량이 생각보다 대단히 많기 때문이다.  

빈대는 한번 흡혈 시 자신의 몸무게의 2.5~6배까지 흡혈을 한다. 주로 우리가 자는 시간에 암, 수 모두 1주일에 1~2번 흡혈하기 때문에 수면 방해가 매우 심하다. 

또한, 빈대의 흡혈 후에는 매우 심각한 가려움증에 시달리게된다. 간혹 알레르기성 과민반응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는데 고열과 염증반응이 동반된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질병을 옮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위생곤충으로 다루어진다. 

빈대에 대한 인간 최초의 기록은 약 3,500년 전 이집트 유적지에서 파나지오타코플루 라는 학자에 의해 1999년 논문으로 다루어진 내용이었는데, 로마 시대 지중해 지역에 널리 서식했던 빈대가 해운 무역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전파된 것으로 2023년 도게트 라는 학자에 의해 알려졌다.

빈대 (Cimex lectularius) 의 광학현미경 관찰 사진

빈대는 흔히 bed bug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라틴어로 지어진 빈대의 학명인 Cimex(=벌레) lectularius(=침대) 유래했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빈대가 큰 문젯거리로 만연해 있다가, 45년 이후 계속해서 감소하였으며, 1960~70년대 새마을 운동에 의한 환경개선과 살충제(특히 DDT) 사용으로 인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빈대는 이후 지속적인 건축문화의 변화와 주거 내부환경 개선 등으로 근절된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2006년부터 간헐적인 발생사례가 보고되었다. 

이러한 빈대가 다시 우리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대한민국!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빈대가 발견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빈대는 전 세계적으로 24개 속 110여 종이 알려져있지만 주로 온대와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빈대(C. lectularius),와 아열대와 열대지역에서 서식하는 반날개빈대(C. hemipterus)가 우리하고 많은 연관성을 가진다.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부터 2014년 사이에 20건의 빈대는 모두 일반빈대로 확인되었으나, 2021년 경기도 오산에서 열대빈대라고 불리는 반날개빈대가 확인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다수의 빈대 발생 보고가 언론을 통해서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일반빈대인지 열대빈대인지 알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에서 이에 대한 분석을 시행한다고 하니 조만간 유행하는 종류가 무엇이고, 어디에서 기원하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왜 과거에는 없던 열대빈대가 보이기 시작한 것인가? 그리고 왜 오랜 기간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빈대가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온 것인가? 

아마도 코로나 이후의 인적교류가 활발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 이외에 우리의 환경 변화가 그런 현상이 가능하게 하지는 않았을까?

기후변화는 더 이상 우리의 일상과 분리될 수 없는 개념이 되었다. 

빈대의 재출현 역시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는 아닐까? 

기후변화는 곤충류의 수명 및 서식처 등에 많은 영향을 준다. 빈대의 경우 18도에서는 알이 부화하는 데 20일이 소요되지만, 우리나라의 여름철에 해당하는 28도의 온도에서는 5.5일이면 부화를 하게 된다. 

발육 기간 역시 온도의 증가함에 현저히 짧아진다. 기후변화! 빈대보다 더 무서운 질병 매개 곤충을 주목하자!  이와 더불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더 큰 문제는 매개체 즉 모기, 진드기 등을 주시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빈대보다 훨씬 더 무서운 존재들이 언제 대한민국을 강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뎅기열, 황열 등을 매개하는 이집트숲모기의 경우 월동을 할 수 있는 범위인 1월 평균기온 10℃ 이상인 지역에서 서식 및 번식이 가능하다. 

이들 이집트숲모기의 서식지와 뎅기열의 발생지역과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며,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해외유입환자의 대부분이 뎅기열 환자이다. 

이는 동남아시아 지역이 뎅기열의 주 유행지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가는 주요 국가인 것이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숲모기의 서식 상한선이 제주도 바로 아래까지 임으로, 지금과 같이 기후 온난화가 진행된다면 조만간 제주도의 경우에는 이집트숲모기가 월동할 수 있는 지역으로 변경될 것으로 추정된다. 

뎅기열의 경우 우리나라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 흰줄숲모기에 의해서도 전파되기 때문에 매개체 전파질병 중 뎅기열의 유입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질병관리청에서는 전국의 14개 대학 및 2개 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기후변화매개체감시거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본뇌염,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모기, 쯔쯔가무시증을 매개하는 털진드기,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SFTS)을 매개하는 참진드기에 대한 지리적 및 계절 발생 현황을 감시하고 있다. 

이러한 감시체계 운영을 통해 2019년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서 채집된 모기에서 뎅기바이러스를 확인하였으며, 분석결과 베트남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처럼 국내에서 채집된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의 해외유입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에서 채집된 매개체에 대한 유전정보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해외 토착 모기의 유전정보 및 국내 토착 가능성에 대한 연구 결과 도출에 어려움이 있어, 우선 국내 서식 매개체에 대한 지역적 유전정보를 확보함으로서 추후 채집되는 매개체가 기존 국내형인지 유입형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드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최근 매개체의 분포지역이 점차 북쪽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매개체 감염병의 역학적 특성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는 단기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수행되어야 보다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2010년 3개 센터로 시작하여 현재 총 16개 센터가 매개체 감시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결과의 일부 데이터를 살펴보면, 남부지방에서 주로 서식하면서 쯔쯔가무시증을 매개하는 활순털진드기(Leptotrombidium scutellare)가 1996년경에는 경상북도 남단 정도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10년이 경과한 2006년에는 서쪽은 경기도 화성, 동쪽은 경상북도 중부지역까지 확대되었음을 확인하였으며, 이는 평균기온 10도 이상 지역과 일치함을 확인한 바 있다. 

전 세계의 뎅기열 위험지역을 표기한 지도 (미국 질병관리센터 CDC 자료 이용)

현재 국내에서 환자 발생이 거의 되지 않지만, 북미 등 지역에서는 많이 발생하는 라임병의 경우 참진드기에 의해서 전파되는데 국내에서도 Ixodes류의 다양한 참진드기가 서식하고 있다. 

이들 참진드기를 대상으로 라임균의 유전자 보유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Borrellia afzeli가 확인되었으며, 특히 북쪽 지역에서 우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에 남부지방에는 B. valaisiana가 우점하고 있었으며, 이 외에도 제주에서는 B. tanukii와 B. yangtzensis가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현재 남부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라임균이 기후변화로 인해 그 분포양상이 변화할 수 있음으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질병 매개 곤충 연구는 매우 어렵다. 지속적인 조사를 위해 한여름에 방진복을 입고 뙤약볕에 나가 매개 곤충을 채집한다. 

잡는 방법도 완전한 노동의 집합체이다. 흰 천을 끌고 다니고 깃발을 휘두르며 다닌다. 때로는 야생 등줄쥐를 잡아서 귓속에 가득한 진드기를 뚝뚝 떨어뜨려 가면서 모은다. 

잡힌 모기는 때때로 2만 마리가 넘는다. 현미경으로 한 마리 한 마리 종 분류를 하고 하면 눈알이 빠져나오는 듯하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 모기, 진드기의 몸속에 들어있는 병원균을 코로나 검사하듯 PCR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그 결과는 매번 질병관리청 매개체분석과로 모이게 되고, 뇌염바이러스가 확인되면 그 지역은 뇌염모기 주의경보가 발령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야기되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은 백신도 만들어졌고 마스크라는 최소한의 보호 도구가 있지만 매개 곤충의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매개체 감시 연구는 그 인력이 점자 고갈되어 가고있는 실정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모기, 참진드기, 털진드기등의 질병 매개체와, 빈대를 포함한 의용절지동물에 대한 감시망을 철저하게 구축하여 장기간의 데이터를 빅데이터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다방면의 노력이 꾸준히 계속되기 위해서는, 이 분야의 인력양성이 매우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시사코리아저널 webmaster@koreajn.co.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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