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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호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
[시사코리아저널=이선우 기자] 얼마 전 육군 00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중대장(직권남용 가혹행위 및 학대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이 훈련병에게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훈련병에게 완전군장 상태로 구보(달리기) 및 선착순 달리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장이 여군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여군이기 때문에 체력이 안 되고 완전군장 구보도 제대로 안해봤을거다. 성별의 문제가 아닌 규정 미준수로 군대 조직 자체의 문제다.’ 라는 등의 내용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무분별하게 게시된 바 있다.
또한, ‘지휘관으로서 리더십의 문제다.’ 라는 의견도 있다.
군에서는 계급이나 보직에 따라 부하가 되기도 하고 부서장이나 지휘관이 되기도 한다.
특히, 장교는 부서장이나 지휘관을 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장교들은 팔로우십보다는 부하들을 믿고 한 방향, 한 길로 함께 갈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자는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공군에서 16년여간 복무하고 전역하였다.
필자가 군에서 장교로 근무하면서 많은 지휘관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
위관 장교일 때만 해도 지휘관이면 다 멋진 리더일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연륜이 쌓이고 계급이 높아질수록 개인적으로는 군에서 훌륭하고 멋진 리더십을 갖춘 지휘관은 드물다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그 반열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사람일 것이다.
아침 회의 때부터 육두문자를 쓰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거나 중간 지휘관을 후배 장교나 소속 부대(서)원 앞에서 면박을 주고 아첨하는 후배의 뒷담화를 그대로 믿고 뒷담화 대상인 부서원을 밑도 끝도 없이 싫어한다거나 부하 직원에게 수시로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정말 비틀어진 리더십을 갖고 있는 지휘관들이 있었다.
이런 유형의 지휘관들은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이 부대(서)의 목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부서원들에게 더 잘 하라는 의미의 채찍질이었다고 말하곤 한다.
그들의 자식이었으면 그렇게 했을까? 그들은 스스로 독재적 또는 관료적 리더십으로 부대(서)를 이끌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지독히 못된 개인 성격에서 나온 비틀어진 리더십일 뿐이다.
공군전투비행단에서 처장으로 근무했을 때, 딸아이가 서울대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수술 전날에 지휘관인 단장님한테 딸아이 수술 때문에 수술 당일 하루만 휴가내서 다녀와도 되겠냐고 여쭤보자 마자 크게 역정을 내신 적이 있다.
"아비가 되서 딸이 큰 수술하는데 아직도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 빨리 올라가서 딸과 와이프와 함께 있어라. 그리고 수술이 잘 됐다는 것까지 확인하고 내려와라. 처장 한명 없다고 부대 안돌아가지는 않는다.” 라고 말씀을 하셨다.
누가 이런 사람을 믿고 따르지 않겠는가? 아직도 그 분은 “딸은 잘 있지?” 물어보시곤 한다.
쇼맨십이었다면, 그는 그 때 그 일도, 내가 딸이 있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그는 나를 부하이면서 참모로서 함께 갈 동지인 '우리'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한 번은 훈련 중에 정보보고를 마치고 나니 단장님은 특별한 질문 없이 잠시 생각하시다가 "처장, 지도에서 동해 쪽에 영어로 쓰인 글자 좀 읽어봐”, 하셔서 나는 한참 보다가 "씨 오브 저팬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당시 훈련상황 지도는 미군이 제작한 지도라서 동해를 ‘Tonghae’가 아닌 ‘Sea of Japan’으로 표기되어 있었던 것이다.
"동해로 바꿔라", "네, 바꾸고 본부에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다”, "필승!”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 때 주위에 있는 부대원들이 브리핑룸 분위기는 긴장감 최고였다고 했다. 다른 지휘관 같았으면, 엄청 화를 냈고 그것에 대한 책임추궁도 있었을 것이다.
나중에 그 분이 전역한 후에 그 상황에 대해서 여쭤보니 "이미 일어난 일인데 어떻게 하겠냐? 잘못을 시인하고 고치겠다는데 그렇게 하라고 하면 되지.” 라고 말씀을 하셨다.
나의 전역으로 그 분과의 군 인연은 거기서 끝났지만, 그 이후에 그 분이 옮기는 부대의 후배 장교나 부하 직원들에게 보이신 배려의 리더십은 지금도 많이 화자되고 있다.
이 분이 보여준 배려의 리더십 바탕은 ‘우리 그리고 믿음’인 것 같다. 부하와 지휘관을 나와 너로 별개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로 묶고 서로 믿는 것이다.
지휘관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던 부하와의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부하는 지휘관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믿음이 바탕된 리더십은 조직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며, 지휘관이나 부하가 똑같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는 것이다.
손자병법에서 손자는 장수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지(智), 신(信), 인(仁), 용(勇), 엄(嚴)을 뽑았다.
필자는 이 중에서 신(信)과 인(仁)이 장수가 반드시 갖추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지(智), 용(勇), 엄(嚴)은 장수 스스로가 부족할 지라도 외부에서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덕목이지만, 신뢰(信)와 어짐(仁)은 사람 본연의 인성에서 표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장수 스스로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군 지휘관이나 기업/기관의 임원들은 책자나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리더십으로 본인을 비틀어진 리더십으로 포장하기보다는 본인 스스로 부하 직원들에게 보인 행동과 모습이 새로운 믿음의 리더십으로 나타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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