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터리 성분검사에 개인 벌금까지 혈세로?”
식약처 인증 취소·민간업체 피해·20년간 세입·세출 공개 논란
![]() |
| 여두화 / 전)하동군국악협회지부장 |
하동 차&바이오진흥원, 이른바 녹차연구소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녹차연구소는 녹차 가공공장, 식품 성분 분석, 친환경 인증, 연구 기능 등 크게 4개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직원은 38명이며 이 가운데 연구원은 10명이다. 예산 규모도 만만치 않다. 2025년 약 64억 원, 2026년에는 약 68억4천만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그렇다면 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연구소는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취재 과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식품 성분 분석 업무를 둘러싼 신뢰성 문제다.
녹차연구소 식품성분분석센터는 식품의 영양성분 등을 검사하는 기관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검사기관 인증을 받아 업무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식약처 감사 과정에서 2023~2024년 실시한 일부 성분검사에 문제가 지적됐고, 결국 2025년 검사기관 인증이 취소되는 처분까지 내려졌다. 해당 처분은 행정소송 등 절차를 거쳤지만 2025년 8월 11일 취소 처분이 확정됐으며 현재까지 인증 취소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소 측은 당시 문제가 ‘엉터리 검사를 한 것이 아니라 수치 계산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는 취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식약처 처분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한 변호사 비용만 약 2,86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식약처 처분과 관련해 부과된 벌금이다. 연구소에는 300만 원, 담당 센터장 개인에게는 6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됐는데, 연구소 측이 이 가운데 센터장 개인에게 부과된 벌금 일부인 350만 원을 예산으로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개인의 법적 책임에 따른 벌금을 기관 예산으로 지급하는 것이 적절했는지, 관련 법령과 내부 규정에 따른 적법한 집행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예산은 누구의 돈인가.
바로 군민의 세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식품성분분석센터의 검사 오류가 식약처 처분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관내 한 민간업체가 의뢰한 식품 성분검사에서도 잘못된 분석 결과가 발생하면서 제품 포장 수십만 장에 잘못된 영양성분 표시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제품은 이미 납품된 뒤 회수 조치가 이뤄졌고, 잘못 표기된 포장지에 다시 덧방 작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제품 출시와 수출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 측이 입은 피해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연구소 측 역시 검사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현재 배상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아직까지 명확한 배상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결국 협의가 결렬될 경우 민간업체와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연구원 10명, 연구과제는 연평균 1건 남짓
연구 기능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현재 녹차연구소에는 10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이들이 수행하는 연구과제가 연평균 1건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연구의 성과를 단순히 과제 숫자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십억 원의 군비가 매년 투입되고 연구원들에게 급여와 각종 수당이 지급되는 만큼 연구 성과가 실제 녹차 농가와 지역산업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장급 연구원의 기본 연봉은 약 5,600만 원, 일반 연구원은 약 3,7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급식비와 교통비, 직급보조비, 명절휴가비, 시간외수당 등은 별도로 지급된다.
녹차 농민들 사이에서 “녹차연구소가 과연 농가소득 증대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스타벅스’ 말차 수출, 왜 끊겼나
한때 하동 녹차는 세계 시장을 향해 뛰었다.
하동군과 녹차연구소 관계자들이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발로 뛰었고, 글로벌 기업인 스타벅스에 하동 말차를 수출하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하승철 전 군정 이후 현재까지 스타벅스로의 수출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동 녹차산업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멈췄는지, 해외시장 개척사업이 왜 지속되지 못했는지도 짚어볼 대목이다.
최근 김현수 군정에서 녹차소주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로운 활로에 대한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제품 개발을 넘어 실제 농가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 소장 인사부터 예산 집행까지···끊이지 않는 의문
녹차연구소 소장 인사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하승철 전 군수 취임 직후인 2022년 10월 13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재임한 A 전 소장은 당시 선거캠프와의 인연 등을 이유로 ‘보은 인사’와 ‘전문성 부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A 전 소장의 연봉은 약 6,4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2년여 근무 후 퇴직금 약 1,2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인사 배경과 전문성 여부에 대해서는 당시 임명 과정과 관련 자료를 통해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소장과 각 부서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역시 군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
# 20년간 세입·세출 공개는 제대로 이뤄졌나
무엇보다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재정 투명성이다.
녹차연구소는 지난 20년 동안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집행해왔지만 세입·세출 내역을 군민들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충분히 공개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기관이라면 예산을 얼마나 받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어디에, 왜,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군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기본이다.
연구소가 ‘신의 직장’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단순히 직원들의 급여 때문만은 아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연구와 인증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성과와 예산 집행 과정이 군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하동 차&바이오진흥원은 이제 답해야 한다.
식약처 인증이 왜 취소됐는지, 개인 벌금에 왜 예산이 사용됐는지, 2,860만 원의 변호사 비용은 어떤 근거로 집행했는지, 민간업체 피해에 대한 배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연구원들의 연구성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지난 20년간 세입·세출은 어떻게 집행됐는지.
녹차연구소가 진정 하동 녹차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연구기관이라면 답은 어렵지 않다.
자료를 공개하고, 군민 앞에 설명하면 된다.
혈세가 투입되는 기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건물도, 장비도, 연구실적도 아니다.
바로 신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투명한 공개와 책임 있는 설명이다.
※ 외부 필진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사코리아저널 webmaster@koreaj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