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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정호 /대전대학교 교수 |
24년도에 개봉한 '보고타'라는 영화가 있다.
1997년 IMF 시대에 한 줄기 희망을 안고 한 가족이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가서 성공을 위해서 치열하게 사는 삶을 그린 영화이다.
주인공인 국희는 성공을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불법도 저지르는 인물로 결국에는 한인 상인회의 권력을 잡게 된다.
영화는 크게 흥행을 하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나름의 인상이 남은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 머나먼 타국까지 가서 처절할 정도로 힘들게 일하면서 사는데, 같은 동포들끼리 서로 이용한다거나 사업을 방해하고 망하게 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다가 콜롬비아의 강력한 제재가 있을 때는 언제 분열이 있었냐는 듯이 한인들끼리 똘똘 뭉쳐서 맞서기도 한다.
어떤 모습이 진정한 한인 동포의 모습일까?
이 영화를 보면서 ‘왜 한국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고 성공을 축하해 주고 함께 기뻐하지 못할까? 왜 이용하려고만 드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캐나다 밴쿠버에서 1년간의 연구년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을 했다.
굳이 지난 1년의 여정을 자평한다면,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연구성과도 얻은 것 같고 가족하고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내와 딸아이의 모습을 알게 된 기대 이상의 나날이었던 것 같다.
물론 캐나다 서부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둘러본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보고타 영화 줄거리처럼 한인사회에서 같은 동포를 무시하거나 이용한다든지, 사기 치는 짓거리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는 게 안타까웠다.
밴쿠버에서 내가 알고 지낸 한인분들은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서, 워킹홀리데이로, 어학연수나 학위 과정으로 오신 분들이 많다.
가끔 이분들이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고생한 이야기를 들으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특히, 믿었고 의지했던 한인들한테 속거나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그렇게 허망할 수 없다고 한다.
한번은 내가 연구년 나와 있는 대학으로 유학 온 여학생이 학교 기숙사에 살다가 자취를 하기 위해서 집을 계약하고 소개인에게 월세를 선불로 지급했는데, 이 돈을 갖고 도망친 소개인이 한인이라고 한다. 갓 20세 넘은 같은 동포의 여학생에게 사기를 치다니….
이뿐이 아니다. 영주권을 미끼로 낮은 월급으로 노동력을 착취한다거나 그 잘난 영어 좀 한다고 영어 못하는 같은 동포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타국에서의 삶이 순탄하지는 않을 텐데, 서로 조금씩 도와주고 격려해가면서 살면 안 되는 걸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했던가? 이웃의 슬픔을 위로하고 좋은 일은 축하해 주고 어려운 일은 먼저 도와주고 싶은 마음!
머나먼 타국까지 와서 동포를 보면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게 사람의 마음이지 않을까?
유학생과 워크홀리데이를 온 젊은이, 이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고 있는 한인 가정들을 위해서 한식을 대접하고 외롭게 지내는 젊은이들에게 밑반찬을 만들어 나눠주던 교회 권사님!
그 분의 그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우리 한국인의 진정한 정(情)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선우 기자 lsw10242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