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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호 / (㈜에버런스 대표 한국ESG경영인증원 수석전문위원) |
건설업에 몸담은 지 어느덧 30년이 됐다. 그동안 수많은 현장을 오가며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해 왔는지를 직접 지켜봤다.
도로가 놓이고 건물이 올라가고 산업시설이 들어설 때마다 건설은 국가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요즘 현장을 바라보는 생각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잘 짓고, 빨리 짓고, 튼튼하게 짓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지금도 물론 기본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제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져야 한다.
우리가 짓고 사용하는 시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에너지를 얼마나 소비하는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오염물질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탄소중립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산업현장과는 조금 먼 이야기처럼 받아들인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건설업이나 제조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피해 갈 수 없는 문제가 됐다.
현장에서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공사 과정에서 먼지와 폐기물이 발생하고, 산업시설을 운영하다 보면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문제도 뒤따른다. 그렇다고 산업활동을 멈출 수는 없다. 결국 현실적인 방법은 산업을 유지하면서 오염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필자는 그 해법 가운데 하나가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라고 생각한다.
건축물이나 산업시설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를 도입한다면 전력 사용과 탄소배출을 함께 줄일 수 있다. 이제 건물도 단순히 에너지를 소비하는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가능한 곳에서는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고,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폐기물 처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각 사업장이 개별적으로 처리시설을 갖추는 것보다 일정 지역이나 산업단지에서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각시설을 제대로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흔히 말하는 공유소각로다.
다만 소각시설은 무조건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성과 안전성이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각종 대기오염물질을 얼마나 철저히 잡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집진시설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을 산업발전의 한 모습으로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산업시설이라 하더라도 배출되는 먼지와 오염물질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집진설비와 대기오염 방지시설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업이 오래 살아남기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열도 그냥 버릴 것이 아니다. 회수할 수 있는 열은 다시 에너지로 활용해야 한다. 전력이나 스팀, 난방 등에 재사용할 수 있다면 폐기물 처리시설도 단순히 쓰레기를 없애는 곳이 아니라 에너지를 다시 만들어 내는 시설로 바뀔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ESG와도 연결된다.
필자는 한국ESG경영인증원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기업과 산업현장의 이야기를 접하고 있다. ESG를 어렵게 생각하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꼭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에너지를 아끼고, 폐기물을 줄이고, 먼지를 줄이고, 근로자의 안전을 챙기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기업이 환경을 생각하고 사람을 생각하며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경영을 하는 것, 결국 그 기본이 ESG라고 생각한다.
30년 동안 현장에 있으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산업은 계속 바뀐다.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방식도 어느 순간 새로운 기준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건설업도 이제 그런 시점에 와 있다.
친환경 건축자재, 신재생에너지, 고효율 설비, 건설폐기물 재활용, 공유소각시설, 집진시설 등 앞으로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은 많다. 중요한 것은 좋은 기술이 있어도 현장에 적용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도 필요하고 기업의 투자도 필요하다. 그러나 결국 변화는 현장에서 시작된다.
지금까지 건설산업이 대한민국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환경을 지키면서 성장하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더 많이 짓는 것만이 발전은 아니다.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에너지를 덜 쓰고,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이는 시설을 만드는 것도 건설인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30년 동안 건설현장을 지켜온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30년은 조금 다른 모습이었으면 한다.
연기가 적은 공장,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쓰는 건물, 폐기물을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산업시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그것이 거창한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 우리가 현장에서 하나씩 만들어 가야 할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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