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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찬 /㈜보은바이오 대표이사 한국ESG경영인증원 보은지회장 |
충북의 대표적인 농축산 지역 가운데 하나인 보은은 농업과 축산업이 지역경제의 중심을 이루는 고장이다.
들녘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축산농가에서 길러지는 가축은 주민들의 삶을 지탱해 온 소중한 기반이며, 보은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농촌의 현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농자재와 사료 가격은 오르고 일손은 부족하다.
이상기온과 집중호우, 가뭄 같은 기후변화도 농축산 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제는 농산물을 잘 생산하는 것만으로 농촌의 미래를 지켜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이야기되는 탄소중립과 ESG 역시 농업인들에게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새로운 규제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지역의 여건에 맞게 접근한다면 탄소중립과 ESG는 보은 농축산업의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농업과 축산업은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도 하지만, 토양과 산림, 농업 부산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탄소를 줄이고 저장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농촌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곳인 동시에, 기후위기 해결의 중요한 현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이오차다.
바이오차는 목재, 왕겨, 농작물 잔재와 같은 유기성 자원을 산소가 제한된 조건에서 열분해해 만든 탄소 소재다. 일정한 품질과 안전기준을 갖춘 바이오차를 농경지에 적절히 사용하면 탄소를 토양에 오랫동안 저장하고 토양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보은에서도 농업과 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단순한 폐기물로만 바라보지 말고, 지역 안에서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버려지거나 처리비용이 들던 부산물이 새로운 농업 소재로 활용된다면 폐기물 처리 부담을 줄이고 자원순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바이오차를 무조건적인 해결책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어떤 원료로 만들었는지,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지, 제품의 품질이 일정한지부터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토양의 특성과 재배 작물에 따라 적정한 사용량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장 적용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시험이 필요하다.
실제 효과를 제대로 확인하는 과정도 빠질 수 없다. 바이오차를 어느 농지에 얼마나 사용했는지, 토양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작물 생육과 생산성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꾸준히 기록해야 한다. 탄소감축 효과 역시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측정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효과를 과장하거나 경제적 이익만 앞세운다면 농업인과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라도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특정 기업이나 기관을 위한 사업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처음부터 농업인과 주민에게 추진 과정과 역할, 비용, 기대효과를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 이유다.
지역내 농축산 ESG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농업인과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보은군, 농협, 지역대학, 연구기관, 관련 단체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어느 한 기관이 모든 것을 이끌기보다는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현장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큰 규모의 사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지역 내 몇몇 농가를 대상으로 토양 상태를 먼저 조사하고, 적정량의 바이오차를 사용한 뒤 토양과 작물의 변화를 일정 기간 살펴보는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자료가 하나씩 쌓여야 보은의 농업환경에 맞는 활용기준도 마련할 수 있다.
농업인이 혼자서 복잡한 자료를 작성하거나 탄소 감축 관련 절차를 감당하도록 해서도 안 된다. 현장 교육과 기술지원, 토양 분석, 사용량 관리, 성과 검증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제도와 기술은 농업인을 돕기 위해 존재해야지 또 하나의 행정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탄소를 줄인 성과가 확인된다면 그 혜택도 농가와 지역사회에 돌아가야 한다.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한 농산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저탄소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향후 탄소크레딧과 같은 제도와 연계될 경우에도 비용과 수익의 배분 기준을 투명하게 마련해 참여 농가가 정당한 몫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역에서 실천하는 ESG라고 생각한다. ESG는 대기업이나 수출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환경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을 존중하며, 사업과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보은의 농업인들은 오래전부터 땅과 물을 지키며 이웃과 함께 살아왔다.
지금의 용어로 ESG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 농촌 공동체 안에는 이미 환경과 상생의 가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에 탄소 감축과 자원순환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더한다면 보은 농축산업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한국ESG경영인증원 보은지회장으로서 ESG가 지역 농업인과 중소기업에 또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가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제도와 사업을 먼저 정해놓고 참여를 요구하기보다, 농업인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보은이 가진 깨끗한 자연환경과 탄탄한 농축산 기반에 자원순환과 탄소 감축의 가치를 더한다면, 충북 보은은 기후위기 시대를 앞서가는 농촌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 보여주기식 성과를 서두르기보다 작은 실천을 오래 이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농업인이 환경을 지키기 위해 흘린 땀이 제대로 인정받고, 그 노력이 농가소득과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 충북 보은에서 시작해야 할 농축산 ESG이며, 바이오차가 열어갈 탄소중립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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