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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우 /한국ESG경영인증원 이사장 |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냉방·난방·온수 등 열에너지를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전환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 중심에 공기열 히트펌프가 있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에 존재하는 열을 흡수해 건물의 난방과 온수에 활용하는 설비다. 연료를 직접 태워 열을 만드는 기존 보일러와 달리, 주변의 열을 이동시켜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건물 부문의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현실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부도 공기열 히트펌프를 에너지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본격 육성하기 시작했다.
2026년 3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공기열에너지가 재생에너지 범주에 포함됐다.
이어 공기열에너지 인정기준이 마련됐으며, 올해부터 지방정부와 공공·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 공기열 히트펌프 지원사업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 확대,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 추진, 태양광과 히트펌프를 결합한 에너지 자립모델 확산,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과의 연계 등을 통해 건물의 열에너지 사용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력 생산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냉난방과 온수 등 생활에너지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렇다면 공기열 히트펌프는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대안으로 충분한가. 필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핵심 대안이라고 판단한다.
첫째, 설치 활용성이 높다. 지열은 우수한 에너지원이지만 시추 공간과 초기 공사비가 필요해 도심의 기존 건축물이나 소규모 시설에는 적용이 쉽지 않다.
반면 공기열 히트펌프는 기존 건축물, 단독주택, 경로당, 사회복지시설, 농어촌 시설과 중소기업 사업장 등에 비교적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둘째, 에너지복지와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산어촌에서는 등유·LPG 등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큰 연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효율 공기열 히트펌프가 보급되면 취약계층과 사회복지시설의 냉난방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주민의 에너지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국내 제조업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히트펌프 산업은 압축기와 열교환기, 제어장치, 배관, 설치공사, 유지관리와 에너지관리시스템이 결합된 종합산업이다.
단순히 해외 제품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산 기술개발과 지역 생산기반을 육성한다면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필자가 전문경영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에코피도 이러한 방향에서 출발했다.
에코피는 국내 중부권에서 40년 동안 기계제작 기반을 축적해 온 세협기계를 인수한 후, 공기열 히트펌프의 국산화와 생산기반 강화, 현장 적용 및 사후관리 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오랜 제조기술을 친환경 에너지산업으로 전환하고, 국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에 기여하기 위한 선택이다.
다만 공기열 히트펌프가 모든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하는 만능기술은 아니다.
건물의 단열성능, 지역별 겨울철 기온, 설비용량, 전기요금, 설치환경과 유지관리 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저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고효율 제품을 보급하고, 건축물 특성에 맞는 설계와 시공, 성능검증 및 사후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ESG 관점에서도 방향은 명확하다. 환경 측면에서는 온실가스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사회적 측면에서는 취약지역의 에너지복지를 개선하며,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제품 성능과 에너지 절감량을 투명하게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즉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은 제품 판매사업이 아니라 환경·사회·지역산업을 연결하는 ESG 사업이어야 한다.
정부의 공기열 히트펌프 정책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앞으로 공공시설과 복지시설을 중심으로 실증사업을 확대하고, 고효율 국산제품에 대한 인증과 금융지원을 강화하며,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스마트제어시스템을 결합한 통합형 에너지 모델을 확산해야 한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우리나라의 모든 에너지 문제를 혼자 해결하는 유일한 답은 아니다.
그러나 건물과 농어촌, 복지시설, 중소기업 현장에서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열에너지 전환 수단 중 하나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기업의 기술혁신, 지방정부의 현장 실행이 함께한다면 공기열 히트펌프는 ESG 경영과 국가 탄소중립을 동시에 실현하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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