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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의 열린소리] 전역은 끝이 아니라, 경험의 새로운 시작

기사승인 2026.10.07  12: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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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멘토

1991년 해군 의무부사관으로 입대하여 2025년 3월, 33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명예전역한 예비역 해군원사 박민식 행정사입니다.

전역을 앞두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군이라는 익숙한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있었습니다. 취업을 할지, 새로운 일을 시작할지, 창업을 할지 고민도 많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질문은 ‘전역 후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나는 33년 동안 무엇을 해왔고, 그 경험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였던 것 같습니다.

군에서의 경력은 전역과 동시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일을 선택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저는 해군 의무부사관으로 근무하며 여러 부대와 직책을 경험했고, 의무행정과 환자관리, 군 병원 원무업무 등을 수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을 대하는 법, 조직에서 책임을 다하는 법,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전역 후에는 과거의 경력을 버리기보다 그 경험에 새로운 전문성을 더해 제2의 경력을 만들어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행정사였습니다. 군 생활 중 의무행정과 공상 관련 업무를 경험하며 행정절차를 몰라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분들을 보았고, 군 복무 중 질병이나 부상을 입은 분들을 돕고 싶어 보훈 분야를 중심으로 행정사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전역 후 모든 일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사무소 운영부터 고객을 만나는 방법, 홍보와 영업까지 새롭게 배워야 했고, 관련 법령과 사례를 공부하며 부족한 전문성을 채워갔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사건을 맡게 되었고, 월남전에 참전하셨다가 고인이 되신 분의 국가유공자 등록과 호국원 안장심사 인용이라는 결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또한 군 복무 중 심신장애나 질병·부상으로 재해보상을 받아야 하는 분들의 권리를 찾아드리는 과정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제가 가진 군 경력이 전역 후에도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주었습니다. 전문성은 자격증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공부를 더하고, 그것을 현장에서 검증하면서 만들어진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현재는 행정사 업무와 함께 안전·응급처치 강사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안전교육 전문인력, 창원시 민방위 교육훈련강사, 대한적십자사 응급처치강사로 활동하며 심폐소생술과 기도폐쇄 환자 처치,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 등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모두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했던 33년의 군 경력에서 출발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제대군인의 경력 설계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역 후 반드시 하나의 직업만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군에서 쌓은 경험 가운데 전문화할 부분을 찾고, 취업·창업·강의·교육·자격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해온 일을 직책의 이름으로만 보지 않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다시 살펴보는 것입니다.

전역을 준비하는 후배님들께는 먼저 자신의 경력을 냉정하게 돌아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나는 이제 군을 떠나니까 사회에서는 신입이다’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군에서 통하던 방식이 민간사회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것은 아니므로, 자신의 경험을 민간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고 부족한 부분은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 역시 전역 후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에서 제대군인지원센터의 지원과 상담, 멘토와의 만남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대군인지원센터에는 오랜 기간 제대군인을 지원하면서 축적된 경험과 다양한 지원체계가 있습니다. 전역을 앞두고 막막하다면 먼저 센터의 문을 두드려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멘토에게 고민을 이야기하고 이미 그 길을 걸어간 사람의 경험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정답은 하나가 아니며, 자신의 경험과 역량에 맞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33년 먼저 군 생활을 경험한 선배로서 후배님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전역을 앞두고 자신감과 두려움이 함께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 없어진 뒤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 한 걸음 내딛는 것입니다.

전역은 내가 살아온 33년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33년에 새로운 경험을 하나씩 덧붙이는 과정입니다. 제대군인은 빈손으로 사회에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군에서 보낸 시간만큼의 경험과 책임감, 전문성, 사람을 대하는 능력과 어려움을 이겨낸 시간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스스로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군복은 벗어도 33년 동안 몸과 마음에 새겨진 경험까지 벗을 수는 없습니다. 그 경험은 여러분의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게 하는 든든한 자산입니다. 필요하다면 제대군인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멘토에게 도움을 구하며 새로운 길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걸어본 선배로서 후배님들의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시사코리아저널 webmaster@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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