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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호 칼럼] 탈

기사승인 2025.08.18  06: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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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바른 탈이 삶을 빛나게 한다

엄정호 /대전대학교 교수

[시사코리아저널=이선우 기자]  17년 전 경북 예천 공군부대에서 근무할 때, 안동이 가까워서 가끔 그 지역을 둘러보곤 했다. 

그 중에서 하회 마을은 나름 운치가 있는 민속마을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하회탈춤을 관람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하회탈 중에 몇몇 탈은 항상 웃는 얼굴이라 정감이 가고 탈춤도 흥겨웠다. 그렇게 한바탕 신명나는 탈놀이가 끝나고 잠시 쉬기 위해 무대 뒤로 돌아가는 탈춤꾼들을 본 적이 있다. 

늘 웃고 있던 하회탈과 다르게 탈춤꾼들의 얼굴에는 땀이 범벅이 되고 힘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저런 노력이 있으니 탈춤이 신명나지.’ 

우리 또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탈을 쓰고 살아간다. 자식이라는 탈, 부모라는 탈, 부부라는 탈, 친구라는 탈, 직장인이라는 탈 등 상황과 처지, 그리고 대하는 사람에 따라 번갈아 쓰는 탈이 수십개에 달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 세상을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주어진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성격이 털털하고 이해심이 많은 사람들은 몇 개의 탈만으로도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지만,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사람들은 수 십개의 탈로도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할 때 있다. 

고향친구, 학교친구, 사회친구를 친구라는 탈 하나로만 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 모두를 구분하여 여러 개의 탈로 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사람들은 각자의 처지나 상황에 따라 걸맞는 탈을 써야지만 탈(頉)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내가 지금 무슨 탈을 쓰고 있는지 망각하거나, 어떤 탈을 써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직장인로서의 탈을 쓰고 퇴근해서 아이들을 대할 때, 친구로서의 탈을 쓰고 직장 동료를 대할 때, 이럴 때는 반드시 탈이 나고 만다. 

하회탈춤만 보더라도 양반탈, 각시탈, 선비탈, 초랭이탈 등을 쓰고 연기하고 춤을 추는 탈춤꾼들이 있다. 탈춤꾼들은 자신들이 쓴 탈에 맞게 탈춤을 춰야지만 신명나는 탈놀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만약 탈춤꾼들이 다른 탈을 쓰고 서로 양반탈 역할의 춤을 춘다면 그 춤판은 난장판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탈 하나로 모든 사람들을 대한다거나 상황에 맞지 않은 탈을 쓴다거나 너무 많은 탈을 쓴다거나 할 때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혼란스러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또한, 자기가 탈을 잘못 쓰고 있다는 것을,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로 고치지 않는 고집을 부린다면, 이 또한 자신의 인생을 전혀 다른 길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가끔 우리가 탈춤판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탈춤꾼이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탈이 벗겨지는 실수를 하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이 때 탈춤꾼이 바로 사과하고 다시 탈춤을 추면 구경꾼들은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탈춤꾼은 더욱 신명나는 탈놀이를 완성하게 된다. 우리네 인생도 이러지 않을까?

탈춤꾼은 각자가 맡은 탈의 연기와 춤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 수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탈놀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구경꾼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환호를 받게 된다. 

하지만, 탈놀이를 끝낸 탈춤꾼들은 탈을 벗는 순간 땀으로 범벅이 되고 흙먼지로 뒤집어 쓴 얼굴을 내보인다. 

이들의 노력을 탈이 아닌 탈 이면의 얼굴에서 알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있기에 탈춤꾼들의 탈놀이가 더 신명나고 더 가치 있는게 아닐까?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탈 이면에 자신의 솔직함과 진정성이 있어야지 어떤 탈을 쓰더라도 그 사람의 진심을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탈을 잘못 쓰거나 역할을 잘못했을 때 그 뒤에 따르는 진심어린 사과야말로 그 사람을 더욱 가치있는 사람으로 빛나게 할 것이다.  

이선우 기자 lsw102424@naver.com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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