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 동남아 · 남미 등 공략만 가능···원전 1기 수출당 4억달러 신용장 발급 조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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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
지재권 분쟁 합의 후 스웨덴 · 슬로베니아 · 네덜란드 · 폴란드서 잇달아 철수
대통령실, '불공정 계약 논란' 체코 원전 수출 진상 파악 지시
강훈식 비서실장, 산자부에 "국민 의구심 해소할 수 있게 하라"
[시사코리아저널=경북취재본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올해 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합의로 인해 북미, 유럽, 우크라이나 등 시장 진출 길이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에는 웨스팅하우스만 수주에 나설 수 있고, 한수원·한전은 중동, 동남아시아, 남미 등 일부 국가에서만 신규 수주 활동에 나설 수 있다.
19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가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는 한수원·한전이 원전 수주 활동이 가능·불가한 국가 명단이 첨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한전이 신규 원전 수주 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로는 동남아시아(필리핀·베트남),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 북아프리카(모로코·이집트), 남미(브라질·아르헨티나), 요르단,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체코를 제외한 유럽연합(EU) 가입국,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은 웨스팅하우스만 진출할 수 있다고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에서 체코가 포함된 것은 한수원을 비롯한 '팀코리아'가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기로 한 것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수원·한전은 웨스팅하우스에 신규 원전 수출 시 지급하기로 한 로열티와 일감 등의 지급을 보증하기 위해 원전 1기당 4억달러(약 5천600억원) 규모의 신용장을 발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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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산업통상부 제공 |
이와 관련해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폴란드 원전 사업 철수 계획을 묻는 질의에 "일단 철수한 상태"라며 폴란드 사업 철수 방침을 공식 확인했다.
한수원은 그간 폴란드를 유력한 추가 원전 수출 후보지로 보고 공을 들여왔고 현재도 현지 사무소를 두고 있으나 철수를 공식화한 것이다.
황 사장은 철수 이유와 관련해 "폴란드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원래 투 트랙으로 진행하던 정부 사업과 국영기업 사업이 있었는데 국영기업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7월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도 향후 네덜란드 등 유럽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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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한수원은 지난 1월 웨스팅하우스와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지식재산권 분쟁 해소 합의를 하고 나서 스웨덴, 슬로베니아, 네덜란드에서 잇따라 원전 수주 사업을 중단하고 철수해 웨스팅하우스에 유럽 시장 진출 우선 진출권을 주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한수원과 한전은 지재권 협상 타결을 전후로 유럽 활동을 서서히 접고 중동과 아시아 등 신흥 시장 중심의 수주 전략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전은 최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지의 원전 수출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유럽 등지에서 전통 원전 대신 SMR 등 차세대 원전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진출 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원전 수출이라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불공정한 조건을 수용하며 '밑지는 장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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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장관급 등에 대한 인사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19일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이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위해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불공정한 요구를 수용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진상 파악을 정부에 지시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 "관련 보도 내용을 포함해 진상을 파악해 보고하라"며 "체코 원전 수출에 대해 국민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강 대변인은 "공공기관인 한전과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협상하고 계약을 체결한 과정이 법과 규정에 따라 이뤄졌는지, 원칙과 절차가 다 준수됐는지에 대해 조사하도록 오전 점검 회의에서 비서실장 지시로 결정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북취재본부 pro12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