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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진 /창대 컨설팅 경제학박사 |
'노인과 바다' 부산을 빈정댄 필자 '그 참 딱한 소리' 예찬론 펼쳐
노인, 오늘의 부산을 키운 산업주역 바다, 세계로 뻗어가는 광활한 영토
청년일자리·고령화는 엄중한 현실비판과 냉소론 '부산의 미래는 없어'
"부산의 노인은 위대한 역사를 썼고 부산의 바다는 찬란한 미래라 말하자"
최근 부산을 수식하는 단어 중 가장 아픈 말은 역설적이게도 헤밍웨이의 소설 제목인 ‘노인과 바다’다. 청년 인구는 떠나고 고령화만 가속화되는 도시의 활력 저하를 비꼬는 이 냉소적인 프레임은 어느덧 부산의 부정적인 꼬리표가 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오늘 이 단어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예찬하고자 한다. 부산의 노인은 대한민국 경제의 강인한 ‘뿌리’였으며, 부산의 바다는 인류의 내일을 결정지을 위대한 ‘미래’이기 때문이다.
<거인의 지혜, 노년 세대가 일군 산업의 토대>
부산의 노년 세대는 단순히 숫자로 치환되는 고령 인구가 아니다. 그들은 전후 폐허 위에서 신발, 기계, 조선업을 일구며 ‘수출 보국’의 기치를 올렸던 대한민국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 원자재를 가공해 세계로 내보내며 ‘한강의 기적’을 실질적으로 지탱했던 주역이 바로 이들이다.
그들이 척박한 시대에 몸소 체득한 노련한 숙련도와 위기 극복의 경험은 오늘날 부산의 정체성이자 자부심이 되었다. 부산이 단순한 항구 도시를 넘어 글로벌 물류 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이들 세대의 헌신과 눈물이 서려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노인’이라는 단어에서 쇠락이 아닌, 거인의 지혜와 묵직한 존재감을 읽어내야 한다. 그들은 부산의 결핍이 아니라, 이 도시가 짊어진 가장 영광스러운 훈장이다.
<무한한 자원의 보고, 바다라는 화수분>
바다는 부산에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자원의 보고(寶庫)다. 누군가는 바다를 가로막힌 벽이라 생각할지 모르나, 부산에 있어 바다는 세계로 뻗어 나가는 광활한 영토다. 오늘날 부산의 바다는 수려한 경관을 제공하는 휴양지를 넘어 해양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첨단 스마트 물류가 꿈틀대는 신산업의 요람으로 진화하고 있다.
해양수도 부산은 이제 바다를 통해 도시의 자생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항만 인프라의 고도화와 해양 신산업 육성은 부산을 단순한 국내 제2의 도시가 아닌, 세계 해양 경제의 중추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바다는 부산에 있어 결코 마르지 않는 경제적 ‘화수분’이자, 세대를 이어줄 풍요로운 자산이다.
북극항로, 인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단초이다.
무엇보다 부산의 미래가 찬란한 이유는 ‘북극항로’라는 거대한 기회가 우리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와 기술 발전으로 열리고 있는 북극해 항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 경로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세계 물류 지도를 다시 쓰고 있다.
부산은 이 새로운 ‘황금 항로’의 기점이자 종점인 지정학적 요충지다. 북극항로 개발이 본격화되면 부산은 동북아시아의 끝단이 아닌,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그리고 북극해를 잇는 범지구적 물류 네트워크의 중심축(Pivot)이 될 것이다. 이는 부산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강력한 엔진으로 작동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성숙과 도약이 공존하는 해양시대 개막>
물론, 청년 일자리 부족과 고령화는 우리가 마주한 엄중한 현실이며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이를 비판과 냉소로만 바라본다면 부산의 미래는 없다. 오히려 노년 세대가 닦아놓은 단단한 토대 위에 바다라는 무한한 자원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누군가 부산을 ‘노인과 바다’라 부르며 그 가치를 폄하한다면, 우리는 당당하게 대답해야 한다. 부산의 노인은 위대한 역사를 썼고, 부산의 바다는 찬란한 미래를 예비하고 있다고 말이다. 성숙한 지혜와 무한한 가능성이 공존하는 도시, 부산은 이제 과거의 영광을 딛고 북극해라는 더 넓은 지평선을 향해 닻을 올리고 있다.
‘노인과 바다’는 부산의 한계가 아니라, 대한민국 해양 시대의 진정한 개막을 알리는 가장 고귀한 예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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