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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호 칼럼] 내홍(內訌)

기사승인 2026.02.24  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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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호 /대전대학교 교수

[시사코리아저널=이선우 기자]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SFU) 방문학자로 온 지도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1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는데, 1개월이 지난 후부터는 여기만의 루틴이 생겨서 나름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하루 루틴 중에 한국에서 하지 않았던 루틴이 몇 개 생겼다. 그중 하나가 자전거 타기이다. 나보다 먼저 연구년을 나온 후배가 시간 보내기에는 자전거가 최고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서 10일 정도 지날 무렵에 중고장터에서 자전거 한 대를 구매했다. 

겨울 이전에는 출퇴근할 때, 지금은 주말에 날씨가 좋으면 무조건 자전거를 타러 나간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자전거로 등하교를 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처음에 자전거 타는 것이 무슨 운동이 되겠는가 싶었는데, 정말 자전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한 생각이었다. 

맨 처음 자전거 페달을 밟는데 몇백 미터 안 가서 허리와 다리가 뻑적지근해지는 것을 느꼈고, 결국 2km 채 가지도 못하고 안장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마치 수십 킬로미터를 탄 것처럼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

자전거를 매일 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탄 덕에 지금은 20km 거리는 거뜬하다. 주말에 자전거를 타는 코스가 하나 있다. 집에서 한인타운을 거쳐서 버나비 레이크 공원을 지나오는 코스인데, 약 18km 정도 되고 오르막 내리막이 잘 섞여 있는 코스다. 

한인타운까지는 오르막이 길게 있어서 자전거 초보자인 나한테는 그 길이 세상 힘들기 그지없다. 온갖 인상을 쓰고 숨소리를 거칠게 몰아쉬고, 연실 ‘에이씨’를 내뱉으면서 페달을 밟는다. 그러다가 한인마트를 지나 버나비 레이크 공원에 들어서면 평지가 나타나면서 페달 밟기가 한결 수월하다. 

거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시원하게 흐르는 냇가가 있어서 큰 들숨을 쉴 때면 왠지 내 몸속이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그래서 이 코스를 자주 타곤 한다. 사실 또 다른 이유는 한인마트에 들려서 군것질거리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오르막길에서는 페달을 밟는 내내 내 거친 숨소리와 낑낑대는 내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너무 힘든 나머지 외부 소리는 들리지 않고 심지어는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 오로지 빨리 오르막을 벗어나서 내리막으로 가고 싶은 마음에 페달 밟는 것에만 집중할 뿐이다. 

한 번은 페달 밟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자전거 레인을 벗어나서 뒤따라오던 차가 경적을 울리는데도 못 듣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버나비 레이크 공원의 평평한 산책로로 들어서면 그제야 지저귀는 새소리, 흘러가는 냇가 물소리, 나무 잎새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어온다. 심지어 오르막길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스마트워치의 알림 진동까지 느낄 수 있다. 

자전거만 타도 숨이 차오르는 오르막길에서는 외부 소리를 듣지 못하는데, 내 몸이 피곤함에 절어 있거나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으면 우리 가족, 내 친구, 내 동료들의 소리가 들리겠는가? 

우리 사회에는 외부의 소리를 경청해야만 하는 직업, 조직, 기관들이 있다. 

국민의 의견, 전문가의 자문 등을 수렴해서 업무와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직업군들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들이 소리를 더 크게 낸다거나 서로 다툰다거나 아우성친다면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겠는가? 

외부의 소리에 집중까지 못하더라도 내홍으로 인해서 놓쳐서는 안 된다.

가끔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의 뉴스를 접할 때면 정말 저들은 외부의 소리를 들으려는 마음이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국민이 그나마 그들을 향해 내는 실낱같은 목소리마저 멈추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시사코리아저널 webmaster@koreajn.co.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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