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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칼럼] 19禁은 깨졌다!

기사승인 2020.01.31  18: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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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전 거제교육장.

 19금이 깨졌다.
지난해 12월 27일 공직선거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돼 선거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춰졌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학제 상 고등학생의 일부 즉, 선거일 4월 16일 이전에 태어난 청소년은 선거권을 가지게 된다.
통계적으로는 고3의 13% 정도인 그들이 대입을 앞둔 고3이라는 사실 때문에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은 벌써 학업에 지장이 있지나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고, 보수당 정치인들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과 교사들 때문에 학교가 정치적인 난장판이 될 거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법률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할 거라고 외친다.
아마도 일부는 맞을 것이나 많은 부분은 틀렸다.

교사들의 진보적인 성향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마치 대부분 교사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조합원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43만 명 교사 중 10%가 조금 넘을 뿐이다.
더구나 산업체 노동조합의 조합원 전부가 강성이 아닌 것처럼 전교조 조합원이라고 모두 진보적 가치로 투쟁만 하는 전사들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합법적인 권한 내에서 정당한 수단으로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그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을 가지고 있는 반면, 전교조 교사들은 합법적인 범위에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교원의 복지를 증진하며 나아가 참교육을 실천하고자 할 뿐이니 그들 모두 기피 하거나 경계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 더구나 교사들은 국가공무원법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도 지닌다.

교육감 또한 마찬가지다. 도민의 표를 얻어야 하는 선출직의 한계가 있는데 편향된 무슨 정치적인 술책을 부릴 수 있다는 말인가.
즉 국가공무원법을 준수해야 하는 교육계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말이다.

단,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치 중립적으로 가르치고, 가정에서는 정의롭고 공정한 정치 행위를 일깨워 주며, 청소년 본인은 인터넷 등을 통해 폭넓은 정보를 모아 가장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물론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일도 생길 수 있겠지만 성인이라고 다들 현명하고 지혜로운 투표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니 너무 우려할 것은 못 된다.

생애주기별 특성을 고려한다면, 젊을수록 진보적이고 늙을수록 보수적으로 된다는 주장이 정설이다.
변화와 혁신에 겁 없이 도전하던 어리고 젊은 사람들도 기성세대가 되면 현실에 안주하고 많든 적든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만족하는 현실을 보게 된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자 한 생애를 살아가는 지혜일 것이다.

어른들은 교육 당국이 갑자기 주어진 선거권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도 비난한다.
성인들에게도 민주 시민교육이 필요하니 정부가 나서서 즉각 사회교육시스템을 정비하라고 주장하지 않았던 것처럼 전문적인 정치 교육과정을 학교가 준비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
고3이라고 잘못된 투표를 하리라는 것은 기우이며 오히려 그 투표용지에 뽑혀서는 안 될 잘못된 사람이 쓰여있는 기성정치권의 잘못이 더 클 것이다.

도의원인 아내를 따라 한 어촌을 방문했을 때, 한 주민은 “우리 마을의 인구가 줄어들어서 유권자가 적은 탓에 이제는 정치인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학교에서 만났던 청소년들은 “선거권이 없으므로 우리들을 위한 정책 공약을 찾아볼 수 없고 교육정책이라고 해봐야 모두 학부모의 입장만을 기준으로 한다”라고 불만이 많다.
이 두 경우만 보더라도 투표권의 유무는 정책의 방향이나 성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걱정이 앞서는 분에게 일화 하나를 전한다.
교육장 시절에 초·중·고 학생회장들과의 토론회를 가졌던 적이 있다.
몇 가지 주제 중 하나가 ‘18세로 선거권을 낮추는 것이 옳은가?’ 였다.

그 자리에서 모 초등학교 학생회장은 찬성한다며 다음과 같이 이유를 설명했다.
"사회는 고령화로 점점 변하고 있고 출생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나이 드신 보수층은 많아지고 젊은 진보층은 적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균형 있는 의견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연령을 낮춰서 유권자의 비율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 할 말이 없었다.

몇 달 전에는 내 휴대전화로 치매 예방 활동을 주관하는 공공기관에서 ‘치매 사전 검사’를 받으라고 문자를 보냈다. 아마도 기억력과 판단력 검사일 것이다.
검사결과가 어떻든 나는 늙었다고 선거권을 내놓을 마음이 없는 것처럼 한 살 어리다고 선거권을 제한하자고 말할 염치 또한 없다.
이왕 시작한 거 이제는 청소년을 믿고 격려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소임이다.

나는 그 초등학교 학생회장의 판단력과 사고력보다 내가 더 낫다는 자신이 없다.
그 학생은 미래세대로 불리며 보호받아야 할 유예세대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동등한 시민인 것이다.
하물며 낭랑 18세들이야….

시사코리아저널 webmaster@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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