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의원을 향한 낡은 시선을 넘어, 실질적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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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용 /경남도의원(창원 가음정·성주동) |
지방의원은 놀고먹는다?
언론과 여론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말이다.
이해충돌 논란, 외유성 국외연수, 낮은 회의 출석률 같은 일부 의원들의 일탈이 전체 지방의회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아니라, 이런 현실을 방치하고 방관해 온 제도와 시스템이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지방의원 공무 국외 출장 규정을 손보고, 이해충돌방지법을 도입했으며, 청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지방의원 1인당 정책연구비는 연간 400만 원 내외, 의정 활동비는 월 132만 원(2024년 기준)으로 책정되어 있다.
정책은 연구하라 하고, 전문성을 키우라 하면서도 현실은 단 한 장의 자료도 제대로 만들기 힘든 수준이다.
더구나 국민권익위가 2023년 발표한 지방의원 청렴도 조사에서는, “의정비보다 의정 활동 지원 체계 미비로 인해 비리보다 무기력이 더 큰 문제”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몇몇 부적절한 사례만 부각한 언론 보도에, 항상 지역 현장을 뛰는 수많은 성실한 의원들의 헌신은 묻혀버린다.
그렇다면 왜 지방의원이 필요한가?
경남 고성군의 한 의원은, 폐교 위기의 작은 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매일 학부모, 교육청, 면사무소를 오가며 1년 넘게 설득하고 협의했다.
누구도 관심갖지 않던 20명 남짓한 아이들의 교육권을 지켜낸 이 싸움이, 국회의원이나 중앙부처가 해줄 수 있는 일이었을까?
지방의원은 지역의 복지, 교육, 교통, 농어업, 청년 문제에 대해 가장 가까이에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만드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주민의 민원을 넘어서 지역 의제를 만들어내는 ‘생활 정치의 설계자’가 바로 지방의원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보여주기식 제도 개선이 아니라, 시스템의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
지방의회 제도 개선을 위한 3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성과 기반 의정비 차등 지급제 도입이다.
무조건적인 인상이나 삭감이 아니라, 조례 발의 수, 지역 활동 평가, 주민 피드백 등 정량·정성 지표를 반영한 ‘성과 중심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의정 활동 전담 지원 인력 배치 확대다.
지방의원 1인당 보좌 인력은 사실상 없다. 반면 국회의원은 9명의 보좌관이 배치된다.
지방의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확보하여, 조례 검토, 자료 분석, 민원 관리 등을 전담하게 해야 한다.
셋째, 국외연수 제도 전면 개편 및 실적 공개 의무화다.
외유성 논란을 없애려면 연수 전·후 실적 보고서 공개는 기본이고, 사전 지역주민 설명회 및 피드백을 의무화하여 ‘열린 연수 시스템’으로 재편해야 한다.
단순히 금지만 할 것이 아니라, 목적과 성과가 명확한 정책 연수로 바꾸자는 것이다.
지방의원은 주민의 대변자이자, 지역의 정책입안자다.
제대로 된 제도 없이 ‘성과’를 기대하는 건 모순이다.
지방의회의 신뢰는 정쟁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낙인을 찍는 비난이 아니라, 근본을 바꾸는 결단이다.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게 하려면,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지방의회를 진짜 ‘지방정부’로 만들 시간이다.
지방의원을 믿고 제도로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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