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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 경남동부보훈지청 복지과 |
202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광복 80년을 맞습니다. 올해는 해방 이후 두 세대가 넘는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맞이하는 특별한 해입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기념일'로서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자리와 미래의 방향을 되묻는 계기로 이날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 그 날, 한반도 곳곳에서는 울음과 환호가 뒤섞인 만세의 함성이 터졌습니다.
36년에 걸친 참혹한 억압 속에서도 민족의 정체성과 자주권을 잃지 않기 위해 싸운 수많은 이들의 헌신과 희생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날을 광복이라 부릅니다. 말 그대로, '빛을 되찾은 날'입니다.
국권을 회복하고, 민족의 이름을 되찾았으며, 우리 스스로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출발점에 섰던 순간입니다.
하지만 광복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총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 국외에서 조국의 광복을 위해 외교적, 무장투쟁으로 맞섰던 이들, 국내에서 민족 교육과 문화 운동으로 정체성을 지켜낸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힘이 합쳐진 결과였습니다.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이 이 땅의 자유와 독립을 가능케 했음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해방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광복 직후 우리는 곧바로 분단이라는 또 다른 비극을 마주해야 했고, 같은 민족이 총을 겨누는 전쟁의 상처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수많은 정치적 혼란과 외환위기, 사회 갈등의 고비를 넘기며 오늘의 대한민국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우리는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고,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일원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동시에 불평등, 갈등, 정치적 양극화, 지역과 세대 간의 간극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광복 80주년은 단순한 과거의 추억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얼마나 제대로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 그 자유를 위해 무엇을 책임지고 있는지를 성찰하는 계기여야 합니다.
광복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가르침은 ‘자유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희생을 전제로 얻어지는 것이며, 또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 중 하나는 바로 분단의 현실입니다. 광복은 민족의 해방을 의미했지만, 동시에 남과 북의 분단이라는 아픔도 함께 남겼습니다.
진정한 광복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언젠가 한반도가 평화 속에 하나 되어 자유와 번영을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난 이상, 분단의 책임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외교적 현실은 냉혹할 수 있으나, 광복의 뜻을 계승한다는 것은 곧 평화통일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또한, 광복 80주년은 미래세대에게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전하고, 그 정신을 물려주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최근 들어 일부 젊은 세대에서 광복절이나 독립운동의 의미가 흐릿해지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이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성세대가 역사의식을 삶 속에서 실천하지 못하고, 교육과 소통의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에게 과거를 강요하는 대신, 과거로부터 배운 교훈을 통해 오늘을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데 동참하게 해야 합니다.
광복은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재의 책임이며 미래의 가능성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뜻깊은 날을 맞아 우리 모두의 마음에 다시 새겨야 할 말이 있습니다.
“대한독립 만세”
이 외침은 단순한 구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역사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경의이자, 우리가 이룩한 자유를 결코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평화,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권리, 투표로 대표를 뽑을 수 있는 제도 그 모든 것은 광복의 선물이며, 수많은 이들이 대가를 치르고 지켜낸 결과입니다.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앞으로 100년의 미래를 더 정의롭고 평화롭게 설계해 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광복 80주년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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