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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현의 열린소리] 청년들의 외로움과 사회적 대안 

기사승인 2025.10.15  00: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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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현 / ‘행복한 동행’ 청년활동가 

10월초 긴 추석연휴가 끝났다. 많은 이들에게 추석연휴는 친구와 친척들을 만나는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언론매체들은 연휴 동안 만나게 될 청년들에 대한 금기어들을 쏟아냈다. 
만나게 될 친인척 청년들에게 취업을 묻지 말고,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도 묻지 말 것을 친절하게(!) 조언했다. 
우리 사회는 확실히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이로 인한 무례함이 있다. 
평생에 걸쳐 경쟁주의에 물든 탓인지 자신을, 타인을 비교하는 데에 우리 사회는 너무 익숙해 있다. 

# 20대 청년들의 자살율과 외로움 

한국 사회는 사회적 약자들이 살아가기 힘든 사회다. 
소득불평등, 지역불균형 등 불평등과 불균형이 심한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율과 가장 낮은 출산율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대한민국의 자살율은 20년 이상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청년 자살율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지난 3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발간한 ‘2025년 자살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19~34세 청년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3.1명이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자살률인 10만 명당 11명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나도 좁은 4평 원룸에 쓰레기들을 한켠에 몰아두고 새우잠을 잤던 시절이 있다. 
꽤 화제가 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남자 주인공 ‘구씨’는 알코올 중독자인데, 술병이 방바닥에 가득해 술을 한쪽에 밀어넣고 자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만큼은 주인공과 내가 비슷했지만, 술없이 삶을 붙들 수 없는 그에게는 옆에서 술을 건네며 온건히 영혼을 치유하는 구원자 ‘염미정(여자 주인공)’이 있지만, 내게 그런 존재는 없었다. 
내 생은 어찌 이리 외로운가, 사주 때문인가, 업보 때문인가, 사회경제적 구조 때문인가 늘 생각했다. 

내가 불행했기에 비슷하게 불행해 보이는 존재들로(내 오만함에 불편할 분들께 양해를 구한다.) 시선이 옮겨갔다. 
소, 돼지, 닭 등의 비인간동물과 장애인, 이주노동자, 팔레스타인인, 성소수자, 은둔청년… 나는 나를 포함한 ‘우리’를 ‘해방’하고 싶었다. 
불평등과 관련한 글을 읽고 모임에 나가 이야기하고 좋은 글은 SNS프로필에 인용하고, 제도와 사회의 개혁을 주창했지만 울림은 미미했다.

한 익명 커뮤니티에 자살이 걱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불행한 처지에 우울해 있는 나는 동년배인 그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를 찾아가 설득하며 도울 수 있는대로 도와보려 했다. 
그의 집 가득한 쓰레기를 치우고 더 이상 깔 보증금도 없는 집에서 나오게 해 택시로 짐을 싣고 내가 살던 고시원에서 살도록 했다. 
동병상련의 느낌이 있었고, 느낌대로 서로를 구제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서로를 구제하는 우리 두 청년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아무런 일면식도 없었던 우리 둘은,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그와, 돕는 와중에도 이해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받으며 순수한 선의를 증명해야만 하는 내가 있었다. 
순수한 선의는 있었지만, 서로를 돌보는 기술은 부족했던 셈이다. 

# 복지의 사각지대와 빈틈들 

우리 둘뿐이 아닌, 우리를 도울 공동체와 사회가 있었다면? 
20대의 우리들은 정보도 몰랐고, 도움을 주는 곳들도 찾기 어려웠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구청 등 공공기관에서 핑퐁당하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깨끗하고 완벽하게’ 빈곤하지 못한 우리들의 위치는 복지사각지대였다. 

길었던 고립은둔으로 소득생활이 없어 갑작스러운 해고상황이 없었고 ‘증명되는’ 성폭행이나 가족의 방임도 없었던 우리는 ‘긴급 복지 생계 지원’ 따위의 대상에는 포함될 수 없었다. 

도움주고 싶었지만, 나도 도움을 받고 싶었다. 
쓰레기집을 치우기 위해서는 평균 60만원~80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야 한다. 
지금은 해당 부문의 지원사업이 몇몇 지자체 중심으로 시행되는 것 같지만, 그때는 없었다. 
그마저도 쓰레기집 청소를 해주던 사회적기업 k2 인터내셔널 코리아가 폐업하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현재 지원정책이 존재하더라도 당연히 한계가 많다.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렵고 재원이 한정되어 있어 도움을 받는 사람은 적을 수 밖에 없다. 
폭탄 돌리기 같은 지난한 ‘증명’ 과정에서 힘없는 은둔청년들(청년만의 문제는 아니다.)은 무기력을 체화하고, 스스로 삶을 놓는 경우가 많다.  

복지제도 안에서 사람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것은 한계가 명백하다. 
부서간 정책 연계는 원활하지 않고 지원, 집행의 지속성 및 컨트롤 타워는 사실상 부재하다. 
계산 되어진 형식적, 관성적 행정과정에서 수많은 비효율과 시간 지체가 발생하고, 인간성은 상처입고 사람은 죽어간다. 

# 국가복지와 함께 공동체 복지를 

복지마저 자본에 편입하고 시장화된 현 시점에서 관계 중심의 ‘공동체’를 통한 회복이 절실하다. 
자본 중심으로 모였다 해체되는 한시적인 공동체가 아닌, 꾸준하게 지속되는 관계 중심, 사람 중심의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공동체는 정부 주도가 아닌 시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 혁신적인 사고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타임뱅크와 같은 것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뜻을 가진 선한 이웃들이 있다는 것만 알았어도 우리 두 청년들은 많이 헤메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들의 서로를 돌볼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을 조성되어 있다면 청년들의 외로움과 고립감을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런 실질적인 기반을 조성하지 않고, 국가가 단편적인 정책으로 생색만 내거나 정글같은 시장에 맡겨버리는 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4반세기 이상 부동의 자살율 1위 국가를 만든 데에 기득권층과 기성세대는 치열한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하지만 그런 기미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기득권층과 기성세대의 성찰과 반성이 보이지 않기에 젊은 세대들은 출산파업으로 대응을 하는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청년들의 눈에는 미래가 잘 보이지도 않고 개선될 기미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권한과 권력을 가진 새로운 정부에서 희망을 만들고 담대한 비젼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 
태어나면서부터 극심한 경쟁과 경쟁사회의 논리에 빠져 버린 청년들은 많이 외롭고 힘들다. 

물론 청년들이 스스로 극복해나가야 하겠지만, 사회가 주는 마중물과 디딤돌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삶의 기본적인 조건들은 사회가 만들어줌으로써 청년들이 새로운 미래와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유년과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시사코리아저널 webmaster@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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