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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철/ 주식회사 코멤텍 대표이사 |
농촌을 이야기하면 대개 인구 감소, 고령화, 일손 부족을 먼저 떠올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농촌은 분명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문제를 사람 부족으로만 볼 수는 없다.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안정적인 전력과 운영비 문제다.
요즘 농업은 예전처럼 땅과 물, 햇빛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설하우스에는 냉난방이 필요하고, 자동화 농장에는 조명, 환기, 양액 공급, 제어 장치가 하루 종일 돌아간다.
수산 양식장도 다르지 않다. 산소 공급과 수온 관리, 각종 설비가 제대로 작동해야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결국 앞으로의 농업은 좋은 기술을 갖추는 것만큼이나 그 기술을 계속 움직이게 할 힘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스마트팜은 농촌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전기가 필요하고, 열이 필요하고, 관리비도 계속 들어간다.
초기 시설비도 부담인데 운영비까지 늘어나면 농가 입장에서는 선뜻 뛰어들기 어렵다. 기술은 좋아졌지만,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는 셈이다.
그래서 이제는 농업 현장에서도 자립형 에너지 구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낮에는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고, 필요한 곳에 바로 쓰며, 남는 전력은 저장하거나 수소로 바꿔 두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후 밤이나 흐린 날에는 저장된 에너지를 다시 전기와 열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산소는 양식장에 쓰고, 이산화탄소는 작물 생육을 돕는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농장은 전기를 소비만 하는 공간에서 벗어난다. 스스로 만들고, 저장하고, 다시 사용하는 작은 순환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농업시설이 생산 공간을 넘어 에너지를 관리하는 현장으로 바뀌는 셈이다.
전라남도는 이러한 시도를 해볼 만한 조건을 갖고 있다. 농업과 수산업 기반이 넓고, 자연환경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농어촌 소득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이제 기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신재생에너지, 수소, 연료전지, 디지털 기술을 농업과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도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농지에 관련 설비를 설치하는 문제, 인허가, 안전관리, 초기 투자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렇다고 미루기만 해서는 달라질 것이 없다. 지금부터 실증하고, 현장에 맞는 제도를 만들고, 농민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
농촌을 살리는 일은 구호만으로 되지 않는다. 보조금만으로도 오래가기 어렵다. 농가가 스스로 비용을 줄이고, 소득을 높이며, 미래 산업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팜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농산물의 경쟁력은 많이 생산하는 데서만 나오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 생산했는지, 탄소를 얼마나 줄였는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농업도 탄소중립과 RE100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전남 농업이 먼저 준비할 필요가 있다. 농촌은 사라지는 곳이 아니다. 다시 설계해야 할 공간이다. 햇빛이 있고, 땅이 있고, 사람이 있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말보다 실행이다.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팜을 통해 농촌이 다시 살아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전남 농업이 그 첫걸음을 내딛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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