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돌봄으로 저출생 · 학생과 지역 소멸 대응"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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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27일 경남 의령군 의령읍 의령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경남형 사회적 돌봄 · 문화예술교육 확대, 교육활동 보호 강화 제시
"남은 2년, 내일의 변화 주도하는 경남교육 만드는 데 최선" 다짐
[시사코리아저널=정종민 선임기자] “기술 혁신과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빈부 격차가 더 커지는 사회, 성적으로 자신을 입증해야 하는 입시의 일상화, 공감과 연대가 사라지고 단절된 개별화가 불안을 낳으며 이것이 저출생과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경남교육 역사상 처음으로 3선 연임해 올해로 취임 10년을 맞은 박종훈 교육감이 27일 오전 의령교육지원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인구 감소와 시골지역 붕괴에 따른 학생감소 및 폐교의 심각성을 되짚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전에는 경남도교육청 대강당에서 열었지만, 의령에서 교육감이 기자간담회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의령 인구는 2만5,000여명이고, 재정자립도는 8.04%로 경남에서 하위 두 번째다.
또 의령은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학생수가 가장 적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3년 의령을 '지역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했다.
박 교육감 취임 이후 경남도교육청은 의령읍에 교육의 디지털 전환 기반을 구축하고 미래교육 체험을 할 수 있는 미래교육원을 지어 2023년 9월에 개원했고, 이곳에는 평균 평일 560명, 주말 580명이 찾고 있다.
또 의령지역 학생수가 적은 초등학교 11곳과 중학교 3곳이 참여하는 '작은학교 공유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며, 4개 권역별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방과후학교, 체험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의령고등학교 건물을 새롭게 개조해 '공간혁신 1호'로 탈바꿈시켰다.
박 교육감이 이곳에서 취임 10년 기자회견을 연 의미가 곳곳에 묻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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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27일 경남 의령군 의령읍 의령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의 교육정책과 향후 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
박종훈 교육감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행복교육 10년, 미래교육 100년. 우리가 경남교육입니다’를 화두로, 당면한 교육 현안에 대해 ‘경남형 사회적 돌봄, 문화예술교육 확산, 교육활동 보호 강화’의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기자 간담회에 앞서 박 교육감은 2014년 제16대 경상남도교육감으로 취임한 지 10년을 맞아 그동안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준 도민과 10년 동안 함께해 준 경남교육청 교직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기술 혁신과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빈부 격차가 더 커지는 사회, 성적으로 자신을 입증해야 하는 입시의 일상화, 공감과 연대가 사라지고 단절된 개별화가 불안을 낳으며 이것이 저출생과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현재 교육 여건을 설명했다.
이어 내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새로운 2028학년도 대입 제도 도입을 거론하며 “수능이 강화되고 학생부종합전형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대입 제도 개편안은 고교학점제를 중심으로 하는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박 교육감은 “경쟁 교육은 사교육을 부르고, 서열화는 수도권 인구 집중을 부른다”고 경쟁 교육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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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27일 경남 의령군 의령읍 의령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이와 함께 교육예산 삭감에 대한 심각성을 우려하며 “교육예산은 사회적 비용이 아닌 사회적 투자이며, 지속 가능한 사회는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높은 관심 속에 만들어진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육감은 “다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지점에 와 있다”면서 지난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면한 당면한 교육 현안을 해결할 3가지 대안으로 ▲경남형 사회적 돌봄 확대 ▲문화예술교육 확대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제시했다.
이 중 경남형 사회적 돌봄 확대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함께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현재 도내 지자체 몇곳과 준비하는 단계다.
학부모가 아침에 자녀를 교육시설에 맡기면 일터에서 돌아올 때까지 자녀를 돌보는 시스템으로, 학부모 입장에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게 한다.
그는 이런 시스템에 대해 "경남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설립해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거점 통합돌봄센터 '늘봄'의 발전한 모델이다"고 설명했다.
박 교육감은 문화예술교육 확대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저출생 문제는 '지금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는 결론에서 출발한다"며 "교육이 출생률을 높일 수는 없지만 행복의 총량은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시대적으로 학생 문화·예술 감수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예산을 확대해 문화예술교육의 르네상스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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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27일 경남 의령군 의령읍 의령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취임 10주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
박 교육감은 교권 침해 등 교육활동 보호정책을 더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것은 교육의 질을 판단하는 척도"라며 "학교에 있는 모든 이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행정 직원과 교육전문직원, 강사까지 교육활동 보호범위를 확대하고, 피해 교원 지원을 위해 교원치유지원센터도 건립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교육청은 올해 3월 교육감 직속으로 '교육활동보호담당관'을 신설했고,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기도 했다.
박 교육감은 마무리 발언에서 “지난 10년간 경남교육은 공교육의 높은 책무성 속에서 역동적인 배움과 민주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교육 혁신에 힘을 쏟아 왔다”며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담기 위한 미래교육의 주춧돌을 놓았고 학교는 마을로, 마을은 학교로 이어지는 더 큰 배움의 광장을 이루어 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교육감으로 남은 시간도 오늘의 행복을 누리는 경남교육, 내일의 변화를 주도하는 경남교육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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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27일 경남 의령군 의령읍 의령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 다음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폐교와 관련한 작은학교 문제에 대한 생각은?
= 최근 몇 년 사이 한 해 2만, 3만 명의 초등학교 입학생들이 감소하고 있다.
절대적 숫자가 줄어들고, 거기다가 도시 집중으로 농산어촌은 더 심각하다. '1면 1학교'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려고 한다.
의령 같이 학생수가 적은 학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공유학교를 확대해 나가겠다.
지자체와 협의해서 주거와 일자리를 같이 해서 농산어촌으로 아이들이 돌아오도록 하겠다.
▲늘봄학교의 임기제 교육연구사 배치에 대해서는?
= 교육부에서 경남에 300명 정도를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중견 교사들이 빠져나가면서 공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공감한다.
교육부가 교육청에 재량권을 줘야 하고, 지역 실정에 맞도록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늘봄에 대해 교원들은 여전이 불만이 높은데,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 의령고가 '공간혁신1호 학교'인데?
= 의령은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에 속한다. 공간혁신학교 공모에 의령고가 응모를 해서 새로 지었다.
교사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교사(건물)가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 공간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의령고를 농산어촌 학교의 모델로 만들었다. 취지에 걸맞게 교원과 학생들이 행복하게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 디지털 교과서가 내년부터 도입이 되는데 대책은?
= 지나친 디지털화로 아이들의 정서와 여러 역기능이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하지만, 디지털 교과서는 국가사업이다. 우리는 플랫폼인 '아이톡톡'을 이미 시행하고 있어, 디지털 교과서가 되더라도 다른 시도보다 혼란이 적을 것이다.
지나친 디지털 교육의 역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문화예술·체육교육을 강화하고, 디지털 편식으로 생기는 문제를 줄이는 노력을 하겠다.
▲ 10년간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운 부분은?
= 학교급식연구소 '맞봄'을 만든 것을 복지 분야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다.
학교급식은 한동안 수익자 부담이었는데, 예산으로 무상급식이 주류가 됐고 대상도 확대됐다. 어느 시점부터는 질적인 문제로 나아갔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안전한 급식을 먹일 것인지를 고민하게 됐다. 아쉬운 점은 많다. 아이들한테 많은 것을 주고 싶은데 예산 사정이나 인식 부족을 극복하지 못했다.
교육의 공공성, 국가책무성을 높여야 한다.
▲ 경상남도와 협치는?
=2014년 교육감에 취임했던 그해 가을부터 다음해까지 온통 무상급식 지원 중단 문제가 있었고, 아이들에게 상처를 줬다.
그때 힘들었지만 급식을 도민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순기능도 있었다.
최근 늘봄학교 문제가 있는데, 경남교육청에서 시작했던 관련 사업에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늘봄상담센터를 찾아 협약을 맺기도 했다.
고맙게 생각하고, 이를 볼 때 협치가 잘 될 것으로 본다.
▲ 교권침해 관련해 교원치유센터 계획은?
= 교권보호를 교사 중심으로 하다 보니 장학사가 빠진 부분이 있었다.
장학사뿐만 아니라 행정직원도 힘듦을 안고 있고, 강사도 같은 교권보호 대상에 넣어야 한다.
특이 민원에 자존감이 무너지는 교직원이 있는 현장을 그대로 두는 건 교육감으로 할 일이 아니다.
교원치유센처는 기존에 있는 시설인 폐교나 풍광이 좋은 공간에 설치할 생각이다.
기존 건물을 재활용할 것이고, 퇴임 전에 완성하겠다.
지역은 거제와 남해 각 1곳씩 대상지를 고민하고 있다.
▲ 창원에 국제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당면한 문제는 '사회양극화' '지나친 경쟁교육' '사교육비 증가'다.
10년 동안 세 가지 문제 가운데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국
제학교 같은 학교는 3가지 요소 가운데 단 하나라도 순기능적으로 움직일 수 없고, 악화되고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학교는 설립해서는 안 된다.
그런 학교에 가고 싶은 학생은 우리 지역이 아니더라도 갈 수 있다.
경남에 국제학교가 없어서 불편하다면 갈 수 있도록 경로를 안내하는 게 맞지, 1,000억 원을 들여 그런 학교를 짓는 것은 맞지 않다.
▲ 전국적으로 앞서가는 교육정책을 주진하기도 했고,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 많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지금은 '미래 경남교육'에 몰입하는데 개인적으로 2년후에는 '교육감 박종훈'이 아니다. 2년 뒤 '미래 박종훈'에 대해 그리는 그림이 있다면?
= 2년 전 대구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의가 있어 참석했더니 홍준표 대구시장이 와서 인사말을 하고 악수를 했다. 어~어~ 하면서 서로 웃었다.
요즘 책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저), <평균의 종말>(토드 로즈 저)을 읽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 사회 문제를 드러나는 현상만 해석하지 말고 사회 구조를 바라보면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같은 규칙을 적용한다면 기울기는 더 고착화될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르게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 사회문제를 구조에서 찾아보자는 재미에 빠져서 책을 탐독하고 있다. 여기까지 말하겠다.
정종민 기자 korea21c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