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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 '3,500억 달러' 공방···트럼프 방한 10월 APEC 분수령

기사승인 2025.09.26  16: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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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요구대로 하면 금융위기" vs "3,500억달러는 선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교착상태서 '접점찾기'는 계속···직접투자·상업합리성 최대 쟁점

[시사코리아저널=정종민 선임기자] "(한미 간)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 방식으로 3,500억달러를 인출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재명 대통령·22일 로이터 인터뷰)

"일본에서는 5,500억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선불(up front)"(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25일 백악관)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총 3,500억달러(486조원)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체화 방안을 놓고 양국 정상들이 장외에서 상반된 목소리를 내면서 협상 난항 국면이 더욱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다만 한때 '관세 복원' 카드까지 꺼내 한국을 압박하던 미국이 협상 판을 깨는 대신 한국과 여러 채널 협의를 이어가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예고된 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까지 시기가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미는 지난 7월 30일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對)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지만 이행 방안을 놓고는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직접 현금을 내놓는 지분 투자(equity)는 5% 정도로 하고 대부분을 직접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credit guarantees)으로 하되 나머지 일부를 대출(loans)로 채우려는 구상이었지만 미국은 앞서 일본과 합의처럼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투자 재원을 어디 투입할지를 두고도 한미 간 견해차가 크다. 미국은 전적으로 자국 판단으로 투자처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은 사업 리스크를 판단해 투자처를 결정하는 데 있어 함께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국은 한미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통한 외환시장 안전판 확보도 '필요 조건'으로 내걸었다.

한국의 현 외화보유액은 4,163억달러 수준으로 한국이 현재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달러 규모는 연간 200억~300억달러 수준이다.

대규모 직접 투자 자금을 단기간에 미국에 보낼 경우, 국내 외환시장에서 대량의 달러 수요가 생겨나 원/달러 환율 급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배경이다.

정부는 미국 측의 요구를 원안대로 수용하는 것은 외환시장 혼란 등 우리 경제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보고 협상 결렬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은 채 사실상의 '배수진'을 치고 미국 측과 협상에 나선 상황으로 평가된다.

방미 중인 이 대통령을 수행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4일 뉴욕에서 "상업적 합리성에 맞고, 우리가 감내 가능하고 국익에 부합하며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협상 중"이라며 "시한 때문에 그런 원칙을 희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미 협의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먼저 일본이 한국에 앞서 자동차 관세 인하를 받으면서 관세 협상 마무리 지연에 다른 부담도 일부 현실화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25일(현지시간) 의약품 관세 100% 부과 계획을 공개했는데 현재와 같은 교착 상황이 길어진다면 한국이 구두로 약속받은 의약품 최혜국 대우 적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향후 한미 간 논의에서 ▲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한미 통화 스와프 ▲ 직접 투자 비중 조절 ▲ 투자 프로젝트 선정 방식 등 3가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한미 협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양국이 협상 판을 깨는 대신 지속적 협상을 이어가면서 접점 찾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 대통령은 이번 방미 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을 만나 '상업적 합리성' 보장과 한미 통화 스와프의 필요성 등 한국의 입장을 전달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말레이시아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경제장관회의를 계기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을 통해 한미 관세 협상 동력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상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양국 외교·안보 라인은 물밑에서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역량 확보' 길을 여는 방향의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한국의 국방비 증액 및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논의를 진행 중이다.

또한 한미는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를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비자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이기도 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11월 APEC 정상회담을 즈음해 통상과 외교·안보 분야 이슈를 망라하는 차원의 양국 간 '빅딜'이 추진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측이 한국을 한 번 더 강력하게 압박하는 모양새인데 우리로서는 절충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실무 채널을 통해 유화적 소통 경로를 열어 놓아야 향후 운신의 폭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선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생각을 이야기한 수준으로 보여 확대 해석할 필요까진 없지만 미일 합의의 틀에서 한국이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도 "한국은 미국을 도울 수 있는 제조업 협력국인데,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는 버틸 수 없으니 가능한 협력 범위를 미국이 고민해줘야 한다는 양변 전략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종민 기자 korea21ci@hanmail.net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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