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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의 열린소리] 디자인은 기업의 마음을 전하는 또 하나의 과정이다

기사승인 2026.07.24  11: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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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서현커뮤니케이션 대표

기업을 처음 마주할 때 사람들은 무엇을 먼저 보게 될까. 제품의 성능이나 가격을 살펴보기도 하지만, 그보다 앞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바로 기업의 이름과 로고, 제품의 포장, 홍보물, 누리집과 같은 디자인이다.

30년간 마케팅 및 디자인 현장에서 수많은 기업을 만나며 내가 내린 결론은, 디자인은 기업과 고객이 만나는 첫 번째 인상이자 기업이 어떤 생각과 태도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말 없는 소개서'라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이 가진 생각과 가치, 제품을 만든 사람들의 정성,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알기 쉽게 정리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우리 서현커뮤니케이션은 브랜드 디자인, 홈페이지 제작, 기업 홍보영상 기획 등을 시작하기 전에 기업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이 기업은 왜 시작됐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고객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들 가운데에는 좋은 기술과 제품을 갖고도 그 가치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제품을 만들었지만 포장이나 홍보물에는 그 과정이 충분히 담기지 않는다. 

기업이 가진 장점은 많은데 표현이 복잡해 고객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기도 한다. 이럴 때 디자인은 흩어져 있는 기업의 이야기를 하나로 모으고,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특히 지역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디자인은 더욱 중요하다. 기업의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철학과 진정성이 분명하게 전달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북의 농산물과 식품, 제조기업, 사회적기업에도 저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이야기와 기술이 있다. 디자인은 그 안에 담긴 지역성과 신뢰, 생산자의 정성을 고객에게 전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이라면 단순히 원재료의 이름만 크게 쓰는 것이 아니라, 농민의 노력과 지역의 특성, 안전한 생산 과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한다.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녹색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친환경을 선택했는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고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디자인은 기업의 말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가치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이다.

기업의 마음이 담기지 않은 디자인은 금세 드러난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기업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거나, 유행을 따라 만들었지만 정작 제품의 장점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반면 소박하더라도 기업의 생각이 분명하게 담긴 디자인은 오래 기억된다. 고객은 완벽한 문장보다 진솔한 이야기에서 신뢰를 느끼고, 화려한 장식보다 기업이 지켜온 태도에서 마음을 움직인다.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과 디자이너의 충분한 대화다. 

디자이너는 기업의 이야기를 듣고 핵심을 찾아야 하며, 기업은 자신의 제품과 철학을 숨김없이 설명해야 한다. 

디자인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완성하는 결과물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조율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때로는 기업이 원하는 표현과 고객이 받아들이는 인식 사이에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기업은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고객에게는 간결하고 분명한 메시지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 간격을 좁히는 것 역시 디자인의 역할이다. 그간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덜어낼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기업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방법을 찾아낸 데 있다.

이제 디자인은 선택적인 장식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기본이라면, 디자인은 그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수단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지금, 디자인은 기업의 ESG 실천을 알리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실제 실천보다 앞선 표현은 오히려 신뢰를 잃게 할 수 있다. 디자인에 담긴 말과 기업의 행동이 일치할 때 비로소 고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좋은 디자인은 기업을 화려하게 포장하는 일이 아니다. 기업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일이다. 

제품을 만든 사람의 마음과 기업이 지키고 싶은 가치를 고객에게 전하는 또 하나의 과정이다.
기업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마음이 고객에게 온전히 닿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디자인이 가진 힘이며, 좋은 디자인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다.

시사코리아저널 webmaster@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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