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의견 무시한 무리 · 신속한 추진 뒤엔 특정 정당 소속 인사들 포진
시사코리아저널=정종민 선임기자] 일반 사업자가 개발하기 어려운 땅에 자치단체가 개발 허가를 내주는 대신, 일정 수익률 이상은 돌려받기로 하는 사업, 이른바 '초과 이익 환수'가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비롯해, 창원 도심 한복판의 SM타운과 부산 광안대교 바로 옆 69층 IS동서 주상복합아파트 등 전국 곳곳에서 특혜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 거제시에서도 '반값 아파트' 특혜 논란이 최근에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 소환돼 의혹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본지는 거제시 '반값 아파트' 특혜 논란에 대한 배경과 의혹, 앞으로의 진행 예상방향 등을 설계과정에서부터 팩트별로 나눠 시리즈로 보도한다. 연속 보도 ❶ 설계과정 ❷ 국민의힘 게이트? |
![]() |
권민호 전 거제시장(사진 가운데)이 2013년 3월 11일 평산산업(주)와 '거제 도시관리계획결정(변경)에 관한 협약(양정.문동지구 지구단위계획 수립 및 부지기부채납 등)'을 체결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 평산산업 회장, 권민호 시장과 대학 동문
거제 '건축비 300만원대 임대아파트'는 설계에서부터 진행과정에서 누가 관여됐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설계를 주도한 거제시와 승인의 키를 쥐고 있던 경상남도의 인사들 가운데 현재까지도 정치인이 많기 때문이다.
'건축비 300만원대 임대아파트'는 지난 2012년 6월경 부산의 평산산업과 거제시의 협의로 시작됐다.
그로부터 8개월 후인 2013년 2월 26일 양정 · 문동지구 지구단위계획 입안 추진공문이 만들어졌다.
이때 거제시의 결재라인에는 지영오 국장과 서일준 부시장(현 국회의원), 권민호 거제시장이 있었다.
13일 후인 3월 8일에 아파트 협약체결 공문이 결재되고 3일 후인 11일에 권민호 거제시장과 평산산업 권임중 회장이 협약을 체결하게 된다.
평산산업 권 회장은 부산의 모 대학 출신으로 권 시장과 대학 동문으로 전해졌다.
권 시장은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평산산업 측 관계자들과 한번도 만난 사실이 없다"면서 "사업과 관련해 거제시의 이익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평산 측에서 경계하며 싫어했으며 접촉 시도조차 없었다"고 밝히며 연루설을 일축했다.
이 사업은 같은해 12월 20일 경상남도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심의 부결 결정이 내려진다.
부결 이유는 ▲보전산지로 표고 100m이상이며 생태자연도 2등급지로 개발억제 및 불가능지역이어서 2020 거제시 도시기본계획과 맞지 않음 ▲특혜성 논란 ▲난개발 우려 ▲민간기업과 MOU로 기부채납 방식은 적정성 담보가 어렵고, 현 국토관리계획 근간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 |
홍준표 경남지사가 2014년 2월 13일 거제시를 초도 순방하면서 참석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권민호 거제시장. /자료사진 |
■ 부결 사유 · 실무부서 의견 무시하고 속전속결 재심의 통과
심의가 부결되자 거제시 부시장과 국장, 과장은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경남도에 사업 설명을 위해 출장을 가게 된다.
이 출장 과정에서 응대했던 경남도 관계자들의 반응과 면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행정부지사는 현 창원시 회원구에 지역구를 둔 재선의 국민의힘 윤한홍 국회의원이었다.
윤한홍 부지사는 이 자리에서 "사업자 특혜 및 누가 보더라도 과다 사업이익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사업의 재검토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진래 정부부지사(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는 "기부채납 재조정으로 사업자 과다이익을 줄여 재상정을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오태환 정책단장(현 국민의힘 소속 의령군수)은 "기부채납 비율 재조정으로 특혜소지를 줄이면서 경남도와 협조해 처리하자"는 의견을 냈다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경남도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이미 심의위원회에서)부결된 건으로 재상정은 곤란하다"며 "농림지역을 계획관리로 변경하는 선례는 있을 수 없으며, 표고 100m이상은 개발이 불가하다"는 단호한 반대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평산산업 측은 5일 후인 2월 12일 거제시에 의견서를 제출한다.
이 의견서에는 ‘최종 사업 완료 후 사업수익률 10% 초과 수익금 전액을 거제시의 공익사업에 투자하거나 사회복지기금으로 활용하도록 기부체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거제시와 시민이 인정하는 CM(건설사업관리) 전문기관에 의뢰해 사업 수익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법에 동의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다음날인 2월 13일에 홍준표 경남지사가 거제시를 순방하며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사업과 관련, "특혜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하는 것이 옳겠다 싶어 실무진이 조정중이다"면서 "(심의위원회에서)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발언했다.
결국 이 사업은 홍 지사의 이같은 발언이 있은 후, 2개월여 만인 4월 18일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결과적으로 최초 부결사유 및 경남도 실무부서의 ▲개발불가 ▲심의불가 ▲재상정 불가 의견은 무시됐다.
여기에다 평산산업에서 제시한 '의견서'에 담긴 내용을 정확하게 협약 · 공증하지 않아 '의견서' 마저도 강제하지 않은 상태로 심의가 통과된 것이다.
홍준표 지사의 결단에 따라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의혹 및 특혜에 대한 안전장치(강제조항)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속하게 진행됐다는 의문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
권민호 전 거제시장이 공약이행을 위한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일부 토지 용도를 변경한 거제시 양정동 산123-2 일대에 시영 임대아파트(파란 원 부분)와 민간업자가 건설한 아이파크1·2차 아파트가 들어선 모습. |
■ 경남도-거제시 결재 및 협의과정 인사 '온통 한나라당 소속'
이 사업은 설계과정에서부터 심의 통과까지 결재 및 협의과정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인사들이 줄줄이 엮여 있다.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와 권민호 거제시장, 지역 김한표 국회의원, 경남도 조진래 정무부지사가 모두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윤한홍 경남도 행정부지사(현 국회의원, 창원시 회원구 재선)와 서일준 부시장(현 국회의원, 거제), 경남도 오태완 정책단장(현 의령군수)도 이후 각각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을 지내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거제 '건축비 300만원대 임대아파트'는 결국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정종민 기자 korea21c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