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B와 아이라인까지, 도가 지나친 어른흉내… 지금은 개성시대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속 한가인의 교복 패션은 단아한 멋이 있다. 빳빳하게 풀 먹인 카라와 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남색 스커트, 양 갈래로 땋은 머리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금은 이소룡에 열광하고 올드팝과 음악다방이 유행했던 시대가 아니다. K-POP과 짧아진 교복, 비싼 점퍼들이 시대를 대변하고 나섰고, 길거리에 다니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릴 만큼 학생답지 않다. 화장은 거의 모든 아이들의 필수가 됐고, 방학만 되면 염색과 파마를 해 학생인지 어른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된다. 두발 규제도 거의 사라졌고 단정한 학생들의 모습은 시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학생이 학생다울 때 가장 예쁘다고 하지만, 지금은 어른흉내를 내는 청소년들만 존재할 뿐이다. 시사코리아저널이 달라진 21세기 아이들을 집중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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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짧게 올라간 치마길이와 핫팬츠 패션이 거리를 가득매우고 있는 시점에서 교복치마의 길이도 점차 올라가 가고 있다. /뉴시스 | ||
“버스 맨 뒷자석에 앉아 있는 여고생들을 보면 시선을 어디에 둬야 될지 모르겠어요”
창원에 사는 윤 모 (32)씨는 출근을 위해 버스를 탈 때면 늘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버스 맨 뒷자리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여학생들 때문에 늘 곤혹스런 그는 학생들의 치마가 너무 짧아진 것 같다고 지적한다.
소위 하위실종 패션이 유행 이다보니 교복치마가 허벅지를 다 드러낼 만큼 짧아졌다.
검은 스타킹보다 살색·커피색 스타킹을 주로 선호하고, 블라우스는 잠그지 않고 풀어헤쳐 안에 다른 티를 겹쳐 입는다.
BB크림은 필수고, 아이라인은 선택이다. 화장을 하는 것이 당연한 아이들은 시내에 나갈 때 어른처럼 꾸미곤 한다. 교복 마이데신 다운점퍼나 패딩을 입으면 학생이라고 생각하지 못 할 만큼 어른스럽다. 그래서인지 수능이 끝난 후 술을 마시러 오는 고등학생 때문에 시내 술집에선 주민등록증 검사가 일상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10대 유명 연예인들이 TV에 나올 때 하의실종 패션을 자주하다보니, 유행에 민감한 중·고등학생들은 똑같이 따라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몇 년 사이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자주 나왔고, 그 곳에 나온 주인공들의 교복패션은 유행처럼 번졌다.
실제로 ‘드림하이2’ 방영당시 주인공들이 입은 교복스타일이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쇼핑사이트의 옷들이 대부부분 짧은 재킷과 주름치마로 뒤 덮였었다.
얼마전 끝난 SBS드라마 ‘상속자들’의 교복패션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김탄’스타일, ‘최영도 스웨터’로 인기몰이 했다.
슬림핏으로 스키니한 몸매를 강조하고, 다리를 더 길어보이게 하는 교복바지로 외모에 관심 없던 남학생들까지 유행을 따라 하게 만들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힙합풍의 교복이 유행이었다.
거리를 쓸고 다닐 정도의 바지통과 길게 내린 허리띠로 완성된 교복은 2000년대 들면서 벗기도 힘들만큼 딱 달라붙는 바지가 유행했고, 지금은 단정한 슬림핏 스키니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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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파파로티’의 스틸컷. | ||
학교는 교복규정이 있다 보니 걸리게 되면 벌점을 맞거나 교내 봉사활동 및 교복 압수 처리가 이뤄진다. 그러니 학생들의 입장에선 교복이 적어도 두 개는 필요하게 됐다.
유행을 따라 자신도 예뻐 보이고 멋있어 보이려면 통을 어느 정도 줄여 입어야한다. 자신의 몸매를 돋보여주는 교복 치마역시 짧으면 짧을수록 보기 좋다고 생각하고, 미니스커트처럼 줄여 입게 됐다.
여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거리낌 없이 ‘교복을 짧게 줄이는 법’ 등의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줄인 교복을 사고팔기도 한다.
‘짧치(짧은 치마)’, ‘똥치(짧치보다 더 짧아 엉덩이가 보일 정도의 치마)’, ‘빽치(몸에 딱 달라붙는 치마)’라는 은어까지 만들어 짧은 치마길이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수선업체들은 매학기 교복 치마를 짧게 만들어 달라는 학생들로 성황을 이룬다. 무릎 위 10㎝는 기본이고, 무릎 위 20㎝, 30㎝ 길이로 줄여 달라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다고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예 교복을 파는 업체들도 치마를 짧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A 교복업체 대리점 관계자는 “최근 학생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짧고 폭이 좁은 교복이다 보니 아예 생산될 때부터 학생들의 기호에 맞춰 짧게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교복패션이 달라 진건 어제오늘일은 아니지만, 점차 야해지고 달라붙는 교복으로 범죄의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이 많다는 것은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몰래카메라를 사용해 학생들의 치마 밑을 훔쳐본 사람도 있고, 사진을 찍어 유포하기도 했다.
한 성인사이트에는 ‘고등어(고등학생) 사진’이라며,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을 몰래 찍어 올린 사진들이 하루에도 수십 장씩 올라온다. 아예 여고생 도촬사진을 전문 판매한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작년 3월에는 짧은 교복을 입은 여고생에게 사진을 찍자며 유인한 후 성추행한 20대가 법원에서 징역 판결을 받기도 했다. 또한 버스나 지하철에 앉아있는 아이들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며 자신의 욕구를 채운 변태도 있다고 하니, 아이들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자 어른들의 입장에서 교복 규제가 더 필요
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예전 7~80년대 교복처럼 길이를 통일하거나, 일관된 교복라인으로 아이들이 멋대로 고쳐 입지 못하게 하자고 말한다.
학생은 학생다운 복장을 해야 가장 좋다고 말하며, 어른들이 생각하는 올바른 복장으로 아이들을 바꾸려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선 그것은 인권탄압이다.
개성을 표현할 권리가 있고, 입고 싶은 옷과 스타일을 마음껏 표현하고자 하는 자유의지를 어른 마음대로 꺾는 것은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학생들의 치마길이에 대한 규제는 학교마다 제각각이고, 단속하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학생자율에 맡기는 학교도 있기 때문에 규제하기 어렵다.
일선 고교에서 생활지도를 맡은 한 교사는 “학생들이 대부분 교내에서 입는 치마와 밖에서 입는 줄인 치마, 두 종류를 가지고 다녀 실질적으로 규정 위반을 적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서울시 교육청 생활지도과 관계자 역시 “교복에 대한 규정은 각 학교장 재량에 맡겨져 있지만 매학기 지역회의 등을 통해 학생다운 복장을 갖출 것을 강조하는 등 지도에 힘쓰고 있다”고 밝힐 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믓 교복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 듯 안한 듯 맑은 피부의 연예인들을 보며, 화장을 따라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행을 따라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은 ‘청소년 패키지’를 상품화해 판매할 정도로 청소년은 소비층의 주 핵심이 됐다.
10대 연예인 들을 모델로 기용해 제품을 사용하면 마치 그 연예인들처럼 될 것이란 광고 문구가 소비를 촉진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것인 데도 불구하고 지나친 화장이 피부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경고 문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용돈으로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화장품부터, 기능성을 포함한 제품까지 등장해 아이들을 현혹하고 있다.
화장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아이들도 친구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면, ‘나도 한번 해볼까’란 호기심이 발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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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위 하위실종 패션이 유행 이다보니 교복치마가 허벅지를 다 드러낼 만큼 짧아졌다. /뉴시스 | ||
초등학생들도 화장에 관심을 두며, 파우치를 들고 다닐 정도라고 하니 아이들의 어른 흉내는 도가 지나친 것이 확실하다.
사춘기 아이들은 어른들의 충고보다 또래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에 10대 화장법이라고 검색만 하면, ‘티 안 나게 화장하는 방법’,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 비교’, ‘아이라인 쉽게 그리는 법’ 등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어른들처럼 화장을 해야 자신감이 생기고, 자기만족을 할 수 있다는 아이들도 있고, 남학생들도 남성전용화장품을 사용한다. 예쁜 남자 전성시대다 보니, 남학생들도 과감하게 자신의 얼굴에 투자하며 가꾸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게 됐다.
이미 화장은 학생들에게 ‘개성 표현’이자 ‘또래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을 고운 시선으로 보는 어른들은 별로 많지 않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의 화장을 막을 권리는 없지만 그저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창 예쁠 나이, 피부가 좋을 나이에 화장품이라는 화학제품으로 피부를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외모지상주의와 아이돌 중심의 상업적 방송에 의해 아이들의 가져야 하는 순수함을 잃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외모에 민감한 나이에 예뻐 보이고 싶은 건 본능이지만 지나친 화장으로 얼굴과 목이 따로 놀고 아이라인을 과도하게 그어 눈만 크게 강조한 아이들을 보면 도가 지나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화장을 말 그대로 떡칠하고 짧게 줄인 교복치마를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전혀 학생답지 않다.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동경심이 올바른 판단과 가치관까지 파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런 어른들의 우려에도 아이들은 자신들의 개성표현을 관둘 생각이 없다.
학업스트레스에 돌파구가 없는 아이들은 술과 담배보다 더 나은 해소책이 화장이라 말하며 어른들의 관섭을 귀찮아한다.
무턱대고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지나친 간섭이고, 학생인권탄압이니 규제하고 나서기 어렵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화장하고, 교복을 줄여 입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말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자기 개성을 왜 인정해주지 않느냐’는 청소년과 ‘학생이 무슨 어른흉내냐’고 말하는 어른들의 입장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문제임은 확실하다.
점점 대화가 단절되고 문화적 괴리감이 커져 소통할 수 없는 ‘양극화’가 심해지기 전, 대화로써 그들과 소통하는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어쨌든 아이들의 개성표현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올바른 가치관 확립과 소통만이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