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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속어와 은어, 표현의 자유를 넘나들다

기사승인 2014.01.21  1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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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의 언어 황폐화…의식 없이 내 뱉는 말들 소통단절 불러와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썸타다, 졸예, 파더어텍, 금사빠’ 등 국적도 없는 단어가 사용된 교복광고가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10대 은어를 사용해 만들어진 이 광고는, 청소년과 공감하고 동질감을 형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도와는 달리 4~50대에겐 그저 외계어로 들릴 뿐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축약어와 은어사용이 점차 확대됐고, 이런 언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언어파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한 10대 은어가 TV광고까지 점령하면서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지금, 시사코리아저널이 잘못된 언어 사용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 교복업체 광고 캡처.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다양한 어플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청소년 은어 사전’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자녀와 소통하다 언어 단절을 느끼게 된 사람들을 겨냥해 만들어졌다는 이 어플은 이미 이 천 명이 넘은 사람이 다운로드해 사용 중이다. 그만큼 10대 아이들과 소통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의 95%가 일상에서 비속어를 쓴다고 답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최근 조사에서도 조사 대상 교사들의 83%가 학생이 쓰는 대화 중 대부분이 욕설, 비속어, 은어라고 대답해 충격을 줬다.

이런 조사들을 근거로 댈 것도 없이 당장 거리를 지나가는 청소년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그들의 일상에서 비속어가 차지하는 비중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비속어가 일상화된 것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이 언어들이 대부분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능멸하거나, 성을 비하하는 내용인지라 아이들의 의식이 황폐해지지 않을까 우려를 낳기도 한다.

교복광고에 등장한 ‘졸예’ 같은 단어는 ‘X나 이쁘다’의 축약어면서 비속어에 속한다.

한 중학생 따르면, ‘X나’ 라는 단어는 하루에 ‘백 번은 넘게 쓰는 것 같다’고 응답했다. 그냥 대화 속에 무조건 이 단어를 포함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X나 추워”, “X나 배고파”, “X나 잼 있어” 이런 식으로 하고자 하는 말 앞에 이 단어를 붙여 마치 옵션처럼 사용한다. 이게 나쁜 뜻이건, 좋은 뜻이건 관계없이 그냥 감탄사처럼 앞에 붙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그냥 ‘춥다’고 표현해도 될 말을 “개 추워”, “졸라 추워”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더 첨가시켜 표현하는 것이지만, 은어와 비속어, 욕설이 섞인 그들의 표현이 듣기 좋을 린 없다.

굳이 ‘개’나 ‘졸라’, ‘X나’ 같은 단어를 쓰지 않아도 표현되고 뜻은 통하지만, 10대들 사이에선 일상적인 표현이다 보니 어울리기 위해서 자신도 사용해야 되는 것이다.

▲ TV 조선, YTN 뉴스 캡처.

열이면 열 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데, 상스럽다고 느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대부분의 아이들은 비속어와 축약어를 사용하지 않는 대화를 해 본적이 없을 정도라고 하니 언어파괴가 얼마만큼 진행됐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사례다.

‘장미단추’라는 은어는 장거리 미녀 단거리 추녀라는 뜻으로, 멀리서 볼 때는 예뻐 보이는데 가까이 보면 못생겼다는 뜻이다.

‘여병추’는 여기 병신 추가의 줄임말로 친구들이 이상한 말을 하거나 잘못된 말을 했을 때 놀리듯 사용되며, ‘찐찌버거’는 찐따, 찌질이, 버러지, 거지를 합친 말로 소심하거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애들을 안 좋게 부르는 말이다.

이렇듯 아이들이 사용하는 은어들의 대부분은 남을 비하하는 내용이 많이 포함돼있다. 잘못된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그것이 잘 못이란 인식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오죽했으면 공익광고까지 나와 아이들에게 올바른 언어사용을 강조했겠는가 말이다.

은어와 비속어 사용은 물론, 무엇이든 줄임말을 사용해 표현하는 아이들은 원래 뜻을 가지고 있던 단어조차 왜곡되게 해석하기도 한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말 줄임 현상으로 인해 10대들의 언어를 따로 공부해야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매번 새로운 줄임말이 탄생해 소통하기가 더욱 어려워 졌다.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다)’, ‘제곧내(제목이 곧 내용)’, ‘버카충(버스 카드 충전)’, ‘열폭(열등감 폭발)’ 등 이런 말줄임 단어들이 더 이상 통신용어로만 사용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의 사용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고나리(관리)’, ‘오나전(완전)’ 등과 같이 컴퓨터 타자 오타가 빈번하게 나면서 신조어로 바뀌는 경우도 있고, ‘에바(오버하다)’, ‘레알(리얼하다)’과 같이 말 형태가 변형된 경우도 등장했다.

방송매체의 발달과 인터넷,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이러한 소통이 증가하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빨리 전달하기 위해 청소년들의 언어는 더욱 심각하게 파괴돼 버렸다.

축약어는 복잡한 언어를 간략하게 줄인 것이다.

언어의 경제성이라는 측면에서 축약어 사용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실제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을 두 글자로 줄여 소련이라 축약해 사용했고, 우리가 자주 접하는 2음절 한자어 중에도 축약어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를테면 경제라는 단어는 원래 ‘경세제민’을 줄인 것이고, 안보는 ‘안전보장’의 준말이며, 유럽연합을 EU라 지칭한다.

▲ 올바른 우리말 사용 확산에 관한 공익광고 캡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며, 두루 사용돼 축약어가 표준어와 거의 동일시 된 것들이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이 사용하는 축약어는 줄여도 될 말과 줄이면 안 될 말 구분 없이, 무조건 적으로 말을 줄인다. 모음과 자음을 다 생략하고 초성만으로 대화를 한다던가, 길지도 않은 단어를 단 두자로 축약해 사용한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비속어와 은어가 판을 치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 권리인 듯 행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한글을 부끄럽게 만들기 충분하다.

외국에서 한류의 바람을 타고 한글열풍이 불었다는데 그들이 배우는 아름다운 한글이, 우리의 손과 입으로 오염시킨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방송에서 잘못된 단어나 은어를 사용하면 자막으로 말을 바로잡아 줬었다. 하지만 최근 예능프로에서는 말 줄임 단어들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오히려 은어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방송에서부터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니 은어와 축약어를 사용하는 아이들만 탓할 순 없게 된 노릇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이런 비속어와 은어, 축약어를 왜 사용하는 것일까.

대부분 ‘채팅할 때 편리하다’는 이유를 들며 ‘또래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생각을 갖는다고 한다.

자신들끼리 알아들을 수 있는 표현으로 공감대를 나누고, 그것으로부터 위로받는다. 흔히 기성세대인 부모들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면 반항한다고 생각하고, 사춘기라며 바른 생활을 하도록 잔소리하게 된다.

이때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들의 잔소리는 오히려 아이들의 반항심을 키우게 되고 소통의 단절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아이들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친구와 채팅을 하거나 게임으로 해소하게 되고, 여기서 축약어의 등장은 부모를 더욱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들만의 언어로 이뤄진 대화를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고, 그런 이해관계 속에서 아이들의 표현력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축약어가 익숙해진 아이들은 감정을 표현하거나 긴 문장으로 대화해야 할 때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이모티콘을 언어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 사용하기 때문에 표현력은 더욱 더 떨어진 결과를 초례했다.

하지만 언어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진화하는 현상을 봤을 때 10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은어와 비속어, 축약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언어 습관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보다, 왜 그런 것들이 생겨났는지 그 배경을 헤아리는 것도 중요하다.

욕설이 청소년 대화의 주요 내용으로 도배된 현실은 어쩌면 기성사회의 권위적이고 공식적인 언어를 거부함으로써 어른들에 대한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A=B라는 공식을 아이들에게 대입하고,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풍토에서 반항과 거칠어진 언어습관은 자유를 대변한다.

담임선생님을 ‘담탱이’라 부르고, 담배를 ‘구름과자’라고 미화시키는 것 역시 일방적으로 정해진 틀을 깨버리는 공식인 것이다. 또래만 알아들을 수 있는 그들끼리의 공감대로, 기성세대를 도태시키고 간섭받길 거부한다.

더 알아들을 수 없는 은어와 비속어를 사용해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것은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은 아니었을까.

사람과 사람의 소통은 중요하다.

특히 가족 간의 소통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비속어와 은어, 축약어 사용 증가는 가족 간 소통을 단절시키는 문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심정 변화와 그것을 바라보는 가족의 입장에서 언어마저 단절된다면 소통의 딜레마는 극복할 수 없다. 깊어진 골은 더 큰 골을 만들고, 결국 단절된 소통은 가족관계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사람은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교신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만큼 소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고 중요하지만, 지금은 그 틀이 뒤틀리고 있다.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서로 같은 한글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외국어를 구사하고 있는 것처럼 사전을 찾고 뜻을 이해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시작은 축약어와 은어 사용으로 인한 세대 간의 소통 불가 및 단절일 수 있으나 이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문화, 가치, 행동, 의식 등 모든 것이 달라질 수도 있다.

언어란 자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수단이다.

이 언어를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은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은어와 비속어, 축약어 사용이 당연하고 거리낌 없지만, 또 다른 사람은 그것 자체가 불편할 수도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와 대학교 입학사정관의 자기소개서에도 인터넷 축약어와 이모티콘 사용을 하는 10대 청소년과 20대 초반 학생들이 있다고 하니 이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언어들을 바라볼 때, 평가절하 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언어사용은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의 인격까지 떨어뜨리고, 표현능력의 부족함을 지적하게 만든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어렸을 적부터 익힌 잘못된 언어습관이 평생을 따라다니게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청소년들에게 매체의 빠른 흐름과 속도뿐만이 아니라 언어를 곱씹을 수 있고 천천히 느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의 언어사용, 뜻까지 왜곡하게 만드는 언어사용을 계속 해서 방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글날만 되면 한글의 소중함이나 옳은 표현을 사용하자고 말이 나오지만, 그 한 순간 뿐이라는 것이 씁쓸하다.

소설가 조지 오웰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어휘가 줄어드는 것은 그들의 사고능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한글은 위대하고, 표현하는 것도 무궁무진하다.

잘못된 언어사용으로 사고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습관화된 잘못된 언어사용을 고치기 위해 노력할 때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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