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엄정호 칼럼]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기사승인 2025.12.19  11:55:19

공유
default_news_ad2
엄정호 /대전대학교 교수

오래 전에 고향을 방문하는 길에 우연히 본 중화요리 식당 간판 때문에 엉뚱한 생각에 빠진 적이 있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생각하는 내 자신을 보고 ‘이걸 이렇게까지 고민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오늘은 짜장!! 내일은 짬뽕!"

사실 엉뚱하지만, 그래도 나름 흥미롭게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논제는 ‘과연 짬뽕을 먹을 수 있을까?’였다. 

나의 억지는 이렇다. 내일 짬뽕을 먹으려면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가야 하는데, 하룻밤을 보낸 이에게는 그 내일이 오늘이 되는 셈인데. 내일 짬뽕이기 때문에 결국은 오늘이 되서 짜장을 먹을 수밖에 없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나는 예전에 ‘내일, 다음... 등 등’ 미래형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특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 더 하다. ‘내일부터 다이어트 해야지!, 다음에 책 봐야지!.’누구나 한 번씩은 내뱉어 본 말일 거다. 

나는 몇 년까지만 해도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다. 시간 시점에서 볼 때는 짬뽕을 절대 먹을 수 없는 것처럼 다이어트를 하지 않거나 책을 보지 않을 확률은 매우 높다. 왜? ‘내일이 되면, 또 내일부터, 다음이 닥치면, 또 다음에’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내일을 약속하는 것보다 내일을 준비하는 오늘에 충실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중에 언제가 가장 중요할까? 사람마다 삶의 무게를 어디에다 두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오늘이라고 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현재가 중요하다고 학창시절에 배워왔고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삶을 미래에 무책임하게 맡겨버리곤 한다. 오늘만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될 수 있고 어제와 내일을 바꿀 수 있는데도 말이다. 

오늘을 살아내야지만 삶의 흔적이 어제로 남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어제가 잘못되었다고 어제로 가서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오늘을 건너뛰어 내일을 살 수 있는가? 우리는 마치 무슨 마법에 걸린 것처럼 내일만 바라보면서 사는 것 같다. 

오늘을 살아가지 않으면, 어제를 만들지 못하고 내일을 기대하지 못한다. 미래만 바라보는 삶은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또 다른 공간에서 허상을 쫓는 삶일 뿐이다.

삶은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실체이다. 

어제는 오늘을 살았던 나인 것이고 내일은 살아갈 오늘의 나인 것이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내가 달라진다. 오늘의 나만이 어제를 바꿀 수 있고 내일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삶의 역사를 바꾼다고 하지 않던가? 

나도 ‘내일부터가 아닌 오늘부터, 다음부터가 아닌 지금부터’라는 마음가짐으로 살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 나에게 다가올 오늘을 대하기가 편안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언론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서 ‘앞으로는, 내년부터는, 다음부터는...’이라고 떠벌리는 사람보다는 ‘지금부터는, 올해부터는, 당장에...’라고 말하는 사람한테 신뢰가 더 가곤 한다.

시사코리아저널 webmaster@koreajn.co.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set_hot_S1N19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